자장면 한 그릇의 행복이 분들을 ‘성도님'이라고 부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세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 교회 출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도님'이란 호칭이 입에 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인이 되면 다시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이 된다고들 합니다. 작은 것에 서운해 하시고 보는 시야가 단순하며 누군가에 의지하려는 성향 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과 같이 동심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실 서운해 하고 시야가 단순해지는 것은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것들입니다.

할머니들은 자꾸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냥 집에 돌아가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허나 저는 그 분들의 마음을 잘 압니다. 수요일 낮 예배를 마치고 함께 나누는 공동식사가 그 분들에겐 작지 않은 낙이라는 것을….

언젠가 11시 수요 낮 예배를 10여명의 할머니들과 드리고 제가 자장면을 사 드리겠다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아내가 교육 받으러 출타했기 때문에 제가 점심을 대신 해결해 드려야 했습니다. 처음엔 성도들에게 부탁을 해 볼까 하고도 생각해 봤지만 지금이 바쁜 농사철이기도 하고 또 눈에 익숙하지 않은 교회 사택 주방에 들어와서 점심을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 ‘중국집 행'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이 할머니들을 볼 때마다 저는 힘이 솟구침을 느낍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전도한 열매시거든요. 평균 나이가 87세 정도 되십니다. 하늘나라 가실 날도 아주 가까이 있는 분들입니다.

나는 이 분들에게서 교회의 희망을 읽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분들이 어려운 교회 재정만 축낸다고 불만스러워 한다지만 저 분들을 통해서 주님께 큰 영광 드릴 일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요일 낮 예배 후 공동 점심 식사가 정착되면 좀 더 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를 등록하신 노인들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혼자 사시는 분들을 모셔다가 함께 식사를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하나씩 응답주시고 있습니다.

먼저 수요 낮 예배가 잘 출발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요, 또 서울에서 작은 사업을 하시는 분이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며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해 주시겠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교회 재정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셨습니다.

지금 우리의 할머니들은 반세기를 훨씬 넘는 세월을 세상에 의지하며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직전 구원받으신 것입니다. 얼마나 아찔합니까? 아니 얼마나 통쾌합니까? 그래서 저는 어느 글에서 이 ‘할머니들의 세례식'을 두고 ‘2사후 투 쓰리 볼 카운트'에 터뜨린 만루 홈런에 비유했던 적이 있습니다.

12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중국집에 들어서니 종업원들이 갑자기 분주히 움직이더군요. 예약을 하지 않고 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린 기도를 드린 후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혼자 생활하시는 할머니들의 식사 양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회 와서 공동 식사 하실 때는 장정에 버금가는 식사를 하십니다. 맛있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더 맛있기야 하겠습니까만 기쁨으로 하는 식사이기 때문으로 생각하니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 분들을 대할 때마다 불러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부족한 저를 통해서 부르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할머니들을 일일이 댁으로 모셔 드리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왜 이렇게도 가벼운지 여러분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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