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랑의 전합시다-1
기초수급 못 받는 노인 많아, 관심과 지원 절실
‘혼자 살아도 좋아’ 당당한 독거노인도 증가 추세

▲ 독거노인들의 겨울나기는 추운 날씨만큼 매섭다.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고, 이웃들의 관심도 외로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독거노인들이 추위보다 무서워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독거노인 가구수가 100만 가구를 돌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1인 가구인 독거노인 가구는 102만여 가구로 집계됐으며,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독거노인들의 상당수가 극빈층이지만, 서류상 가족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시행해 한달에 8~9만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생활비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김선녀 할머니(91세)는 30년간 받아오던 기초생활수급비가 지난해 중단되었다. 외동딸은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데 기러기 아빠인 사위가 있으니 부양을 받으라는 통보가 내려왔다고 했다.

“아니 딸은 지 자식들하고 지금 미국에 가있고 사위 혼자 자기 부모님도 모시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부양해달라고 할 수가 있겠어. 미안하고 미안한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매달 조금씩 생활비를 받을 수 밖에….”
말끝을 흐리던 김 할머니는 그래도 가끔 들여다봐주는 교회 사람들과 봉사자들이 있어서 굶지 않고 외로움도 면할 수 있다고 쓸쓸하게 웃었다.

신월동에 사는 김화자 할머니(85세)는 기초생활수급비는 받고 있지만 사람이 그리워 눈물이 난다고 했다. 기자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하자 “아이고 추운데 이리들어와~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마워요”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누군지 묻지도 않고, 반갑다며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김 할머니는 홀로 쓸쓸히 방안에 앉아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매일 한두끼 밥을 먹고 누웠다 일어났다 TV를 켰다 껐다 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는 할머니는 “나중에 혹시 나 혼자 있다가 죽어도 사람들이 모를까봐 무서워. 아주 가끔씩 나 좀 보러 와줘”라며 연신 눈물을 훔쳐댔다. 겨울의 찬바람이 마음 속까지 파고들어 외로움의 메아리를 만들어 내는 듯 했다.

하지만 독거노인으로 살면서도 당당히 자신의 생활을 즐기며 개척하는 노인들도 있다.

▲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 보조금을 아껴 생활하면서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 행복을 누리는 독거노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김정자 할머니(72세)는 기초수급자이지만 사랑의쉼터교회에서 봉사부의 대장으로 활약하며 무료급식 봉사에 앞장서 일하고 있다. 김정자 할머니는 “봉사하며 할 일이 있고, 사랑해주는 교회사람들이 있어서 즐겁게 살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병섭(81세), 안각형 할아버지(72세)도 혼자 살지만 만족하며 산다고 했다. 2년전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부터 혼자살기 시작한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보내주는 돈과 노령연금 8만원, 폐지줍기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그는 80세가 넘어도 매일 동네 뒷산에 올라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다. 수급자인 안 할아버지도 알뜰살뜰 아끼며 살면서 주민센터 등에서 친구를 만나는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노인들은 한겨울에도 웬만한면 난방을 켜지 않을 정도로 아끼며 살지만 물질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쌀도 주고, 김치도 주고, 난방비를 지원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질만이 모든 필요를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겨울을 혼자 보내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 올 겨울은 우리의 온기를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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