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한국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병이 무엇인가? 한 칼럼리스트는 “신뢰가 무너져가는 사회, 광우병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사회, 타협을 모르는 정치집단, 내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는 데 익숙해진 국민들이 국가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예리하게 진단한 탁견이었다.

신뢰는 사회를 구축하고 지탱하는 힘이다. 그런데 지금 잘못된 미국 쇠고기 협상 때문에 국민과 대통령, 여당과 야당 간의 신뢰가 무너져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물론 협상의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민에게 30개월 이상의 소와 광우병위험물질이 포함된 내장수입의 문제 등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었고 협상시기 또한 총선 직후, 한미정상회담 직전 다급히 진행했고 이는 국민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뒤늦게 국민의 재협상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쇠고기 고시를 미루고 30개월 이상 쇠고기 자율규제 등 진전된 조치를 취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해 협조를 구하는 것은 그래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회 지도자의 의견수렴을 받는 자리에서 보여 지는 태도는 국민의 목소리보다는 자기 목소리를 강조하는 태도여서 국민 정서를 다독이기에 불충분함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그러나 광우병 연구로 세계적 권위인 국제 프리온학회 회원 40여명에게 조사한 결과는 86%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물론 14%의 답변도 중요하고 자그마한 위험도도 생명과 관련된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100%의 안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를 요구하는 야당과 시위대의 요구는 분명 지나치다.

재협상이 외교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정한 합의점을 그래서 필요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세력이 함께 머리를 맞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광우병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이 경제를 살리는 문제이다. 유가와 곡물폭등으로 중소기업과 유통산업이 마비되고, 생필품은 매일 값이 뛰어올라 국민의 가계 빚이 640조원이 돌파되어 가구당 3900만원의 빚을 지는 형편이다. 광우병 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오늘의 한국의 현실이 그래서 암담하다.

또한 쇠고기문제로 촛불시위가 계속 열리자, 이런 분위기에 무임편승하고 의회민주주의의 선량된 사명을 망각하고 등원을 거부한 야당은 문제가 있다. 18대 국회개원 조차 막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직무유기에도 양심이 마비되어, 오히려 촛불집회 시위대에 편승하여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정치적 술수를 국민들은 성토하고 있다. 야당이 국민을 위한 대변자라면 시위대의 목소리를 담아 국회에서 정부에 따지던지, 또 미국에 가는 국회 협상 팀에 참여하여 재협상의 물꼬를 트는데 협력하는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국민들도 자기의 생각과 다르다고 무조건 목청을 높여서도 안된다. 시위와 데모를 통해서 자기주장만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상대를 배려하는 정신이 없는 것은 문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세계이다. 내 주장이 중요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주장에도 귀를 기우려 보다 나은 제3의 주장을 마련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의 정치를 원활히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통의 정치란 사회구성원의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공공의 이익과 국가나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민주정치를 말한다. 대통령이 자신이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그것이 인사쇄신과 연결돼야 한다. 서민들의 아픔을 모르는 소위 ‘고소영’과 ‘강부자’로는 안 된다. 몸의 혈액이 원활히 소통되면 웬만한 병이 치유되듯 특단의 인사쇄신정책으로 시급히 한국병이 치유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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