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의 미래 투자 ‘MK사역부터’
선교사 자녀 위한 실질적 지원 마련 시급
MK 전문선교사 파송·한국학교 설립 등 요청

전 세계 2만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선교 과제가 무엇일까? 그동안의 양적 성장에 치중한 선교 행태에서 벗어나자는 반성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떠오른 이슈 중 하나가 MK(Missionary Kids), 즉 선교사 자녀에 대한 문제다. MK사역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MK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할 경우, 미래 가장 큰 선교적 장애물은 MK 문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현재 MK 문제는 한국선교계의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체성 혼란 등 겪어
한인 선교사 자녀수는 약 15000여명이 될 것이라는 게 현재의 추산이다. 이들은 선교사 부모를 따라 선교지로 떠난 경우나 선교지에서 태어난 경우로 나뉜다. 모태신앙인처럼 이들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기간 선교지에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시기에 외국으로 떠난 MK의 경우, 새로운 문화와 언어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 있으며 자신의 장래에 대한 불안 등 내면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수년 동안 꿀 먹은 벙어리로 지내면서 겨우 영어나 현지어를 터득하면 그 사이에 배우다 만 한국어는 아예 잊게 되고 부모와의 대화도 어려워진다.     

선교지에서 태어난 MK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는 이들도 예외가 아니며 장래에 대한 문제, 부모와의 갈등, 교육의 문제 등을 겪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 대한 돌봄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MK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선교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선교사 재배치도 사실 MK 문제로 인해 야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선교사의 70%이상이 도시에 몰려있지만 이를 벗어나 미전도종족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MK 교육 때문이라는 것이 선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헌신했지만 자녀의 삶을 아직 하나님께 맡기지 못한 선교사들은 어느 정도 안전하고 안정된 지역에서 사역하기를 바라게 되고 이는 결국 선교사 재배치를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경신 선교사(GMS)는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선교사는 거의 다른 일을 못한다. 결국 MK교육 때문에 선교사를 파송은 했지만 필요한 사역지에 배치도 못하고 사역에 집중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한 마디로 MK 문제는 부모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 MK대책 미흡
한국교회도 파송 선교사 관리에 힘을 기울여왔지만 MK 문제는 등한시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 교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교단이 현재 MK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5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예장통합 세계선교부도 MK사역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와의 협력사역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20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는 그나마 조금 나은 편으로 본국에 입국한 MK를 위한 수련회, 현지 수련회, 한국 내 대학입학자 격려금 지원 등을 실시중이며 예장고신 선교부는 아동도서와 학습지 송부, 연 100만 원 정도의 장학금 지급, 위탁교육 등을 실시한다.

선교단체들의 경우, △오엠선교회는 MK를 위한 생일축하카드 발송, 본국 입국시 상담 △GBT선교회는 파송 전 부모교육, 안식년 가정을 위한 캠프, 학습지 발송 △GP선교회는 장학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 자녀캠프 등이 주요 MK사역이다.

문제는 각 교단·단체의 MK사역이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사역이 아니라 간접적·일회성 방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손창남 선교사(OMF)는 “MK사역은 하나님이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나 자기 자식은 자기 부모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무대책 아래 묻혀버렸다”고 지적했다. 

MK사역자 양성 시급
최근에 장기적이고 실제적인 MK사역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MK전담 평신도 선교사 파송이다. MK사역 선교사들을 기존의 국제MK학교에 교사로 파송하여 한국인 MK들을 가르치게 하고 학교 안에 작은 기숙사를 세워 부모 선교사 대신 MK들을 학교에 보내고 관리하는 대리부모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임덕순 목사(KOMKED 이사장)는 “젊은 교사 뿐 아니라 은퇴한 교사들도 남은여생을 선교지에서 교사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자녀를 길러본 경험이 있는 성도들은 기숙사의 대리부모로 더없는 자원이다. 교회에서 이런 자원들을 찾아서 파송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대안은 현지에 한국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한국인 MK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한국대학으로의 진학에 실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성인MK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최근 논의되고 있다. 이미 MK로서의 정체성, 신앙적 고민을 거친 성인MK들을 후배 MK들의 멘토 혹은 교사로서 양성하는 것이다. 실제로 GMS는 성인이된 선교사 자녀들을 MK수련회에 참여시켜 후배MK들의 고민 상담 등 멘토링 사역에 활용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향후 MK사역의 활성화는 한국선교계의 주요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한 부모 선교사, 선교부, 지역교회, MK사역자, 성인MK 등이 함께 장기적인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선교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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