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493주년이 되는 해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타락과 부패로 얼룩진 중세교회를 향하여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그 교회 정문 앞에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게재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찬란한 종교개혁의 문을 열었다. 교회의 권위가 절대화된 가운데 터쳐나온 루터의 종교개혁은 권력화된 중세교회에 경종을 울렸고 ‘오직 믿음’, ‘오직 성서’, ‘오직 은총’의 외침에서 개신교는 출발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유럽 각 나라의 종교개혁을 촉발시켰으며 시대상황과 맞물려 유럽전체의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종교개혁은 가톨릭교회의 자체갱신의 시발점으로 작용, 가톨릭교회의 갱신과 변화를 가능케 한 주요 요인이 되었다.

오늘날 지구상의 수많은 개신교회가 있지만 모든 교회는 본질적으로 종교개혁의 우산 아래 머물고 있다. 종교개혁은 개신교회의 역사적 근원이며, 신앙적 근거이다. 그래서 시대를 막론하고 참된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와 성도들은 바로 이 종교개혁의 정신에서 개혁되는 교회의 모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는 어떠한가? 지속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교회는 중세교회가 그러했듯 율법주의와 형식주의에 얽매여 있고 하나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비켜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개혁적이어야 할 교회가 개혁의 대상으로 까지 치부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과 원형을 찾기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신앙적 고정관념’ 즉 종교적 관습이 낳은 율법주의 가운데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은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교를 향해 외쳤던 외침처럼 중세의 가톨릭과 사회를 향해 율법화 되고 고정관념화된 신앙과 종교적 행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종교개혁이 이루어진지 500여년이 안된 오늘 양적성장주의, 교회의 세속화 등 수많은 새로운 ‘신앙적 고정관념’이 우리의 시대에 생겨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장의 침체와 함께 사회적으로 반기독교 문화가 팽배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개혁 주일을 맞이하여 종교개혁의 올바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종교개혁의 모토는 ‘오직 믿음’, ‘오직 성서’, ‘오직 은총’이다. 이와 함께 루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루터의 ‘십자가 신학(Theologia Crucis)’이다. ‘십자가 신학’은 ‘십자가가 모든 것을 시험하듯이 십자가가 모든 것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루터는 중세교회의 영광의 신학에 반기를 들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두는 십자가 신학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러한 십자가 정신의 강조를 통해 허영과 위선과 교만에 부풀어 있던 중세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다시 한 번 루터의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때로는 우리 교회 중심에 서 있는 십자가가 우리에게 무의미한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 전락해 버릴 때가 있지 않은가? 당연히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할 것 같은 물건으로 취급되지는 않는가? 참으로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적인 세대 속에서 우리 교회들의 중심이 바로 ‘십자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교회를 어지럽히는 ‘신앙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가 모든 것을 보장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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