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더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계 8개 언론기관이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63.3%가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더 좋아졌다’는 1.9%에 불과했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도 불교(27.5%)와 가톨릭(22.9%), 기독교(16.3%) 순이다. 그동안 대사회 신뢰도에 박한 평가를 받았기에 신뢰 회복에 힘써 온 한국교회로서는 당혹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기독교에 대해 국민 불신의 골이 이렇게 깊어진 것은 우리 스스로 자처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개신교의 대응 평가를 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개신교가 전반적으로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해 집단감염 사태를 촉발한 일부 교회의 무분별한 사례가 전체 교회에 악영향을 끼쳤다. 교회가 펼쳐 온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지역 사회와 주민을 아우르지 못한 것이다.

이번 설문 결과는 그만큼 한국 교회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인식이 계속 이런 낮은 수준이라면 무슨 수로 복음을 전할 수 있겠는가. 복음 전도의 바탕은 신뢰에 있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영혼 구원의 중요성을 호소하더라도 국민이 교회를 불신한다면 전도의 효과는 크게 떨어질 것이고, 국민들은 점점 교회를 멀리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오늘의 낮은 신뢰도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라도 국민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되돌아보고,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기독교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부터 배양해야 한다. 예배당 안에, 교리 안에 갇혀 있는 기독교 신앙은 절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지역과 이웃과 함께한다는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한국교회의 뿌리는 다른 종교에 비해 얕다. 불교와 유교는 오랜 세월 한국인과 함께해 오면서 한국인들의 정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교회가 조국의 근대화는 물론 사회복지를 비롯해 인권과 정의 구현, 민주화 등에 있어서 다른 어떤 종교 공동체도 할 수 없었던 역할과 기능을 사회적으로 수행했음에도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이런 데서 기인한다. 반면 한국교회와 성직자 등 교계 지도자와 제도에 대한 잣대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교회 안에서 작은 허점이라도 발견하면 쉽게 실망하고 등 돌릴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는 아직도 한국교회가 한국인들의 심성 속으로 깊이 뿌리는 내리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7일 대통령과 기독교 지도자들의 만남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방역을 위해 ‘대면 예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교계 지도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위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 대면 예배를 위한 인증제 도입 등의 발언을 해 기독교 입장만 고수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마음 따로 말 따로'의 풍경이 교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제부터는 한국교회가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하나님께서도 자신을 비우시고 인간 가운데 거하시며 친히 죽으심으로 죄와 절망에서 우리를 구원하시지 않았는가. 교회는 그 자체로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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