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시어에 담긴 사랑이야기 ... 노점에서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쓴 시 모아

정재완의 시는 시가 아니다. 분량도 매우 짧다. 어떤 시는 10자뿐이다. 글씨도 삐뚤삐뚤하다. 그러나 그의 시는 풍성하다. 문학적 작품으로는 낙제점일지 모르지만 자연에 대한 관찰과 평가에서는 수준 높은 시어 임이 분명하다.

그는 광화문에서 노점을 한다. 어릴 적부터 사십 년 넘게 뇌성마미 지체장애 1급이라는 불편한 몸과 동거하고 있다. 뒷골목과 달동네, 하천변을 쏘다녔던 그는 야생 들개처럼 거칠었고 ‘니코친 정’이라 불릴 정도로 골초였다. 하지만 그는 고난의 현실 뒤틀린 손으로 오랫동안 무언가를 썼다. 쓰고 또 썼다. 뒤틀리고 일그러진 몸으로 희망과 사랑을 써왔다.

그는 하나님을 만났다. 강력한 하나님 나라의 임재는 그의 삶을 바꾸고 글을 바꿨다. 담배도 끊었고 다른 약하고 아픈 이들을 섬겼다. 그의 시어도 변화됐다. 밝아졌고 사랑이 담겼다. ‘내 꿈은 사랑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을까’ 노래하고 실천하고 있다.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집은 사실 시보다 빈공간이 더 많다. 그래서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왜 빈 공간이 많을까? ‘공간의 여백’ 거창해 보인다. 오히려 낙서하라고 공간을 남겨둔 것이라 설명하고 싶다. 시를 읽고 빈 공간에 자신의 생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치라고 배려해 준 것이라고 말이다. 정재완의 시집은 다른 시집보다 더 공간이 많다. 그만큼 시가 짧아서 그렇다.

그래서 그의 시집의 목적은 우리에게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저를 보세요. 저도 생각을 나래를 펼치는데 여러분도 넓고 더 넓게 펼치시길 바라요. 그런 그의 마음이, 편집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길 기대한다.<정재완/규장/136쪽/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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