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삶과 신앙...제자, 교회, 하나님 나라 등 깊은 성찰 엮어

브루더호프는 종교개혁 당시 제도권 교회를 떠나 삶의 단순성과 형제애, 비폭력을 추구하던 후터파 공동체에게 영향을 받아 1920년 독일에서 시작했다. 나치의 박해로 영국으로 옮긴 공동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2500명가량이 9개의 공동체에 나뉘어 초대교회 생활방식에 따라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다.

저자인 아놀드는 이 공동체에서 평생을 살았다. 열한 살 때 종신서원을 하였고 이후 말씀의 종으로 섬겼으며 1962년부터는 이 운동의 장로로 섬겼다. 그는 형제자매들을 일과 휴식, 공동식사, 사업회의, 그리고 예배에서 일상을 나누는 동등한 인격체로 공동체를 섬겼다.

이 책은 아놀드를 알고 지내던 브루더호프 멤버들이 몇 년에 걸쳐 모아 편집한 것이다. 출판된 글에서부터 개인적인 편지, 예배 기록과 브루더호프 운동을 대표에 회보에 쓴 글까지 다양한 내용이 간략하게 담겨 있다.

아놀드는 이 책을 통해 제자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가져야 하는지, 교회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공동체를 품고 있는 그의 글에는 일관되게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흐른다. 그분을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으면 믿음의 삶이 불가능하며 공동체 내부의 문제 뿐 아니라 정치적 사건, 사회적 이슈 등도 마찬가지다. 책의 저변에는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겉 사귐이 아니라 사랑과 형제애의 길을 걷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삶이 담겨 있다. 다만 저자는 개인의 성숙과 영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보다는 공동체 속에서, 공동체와 함께하는 제자도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들은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 잔잔하게 우리 귓가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 더 솔직함으로, 담백함으로 우리의 실천적 의지를 이끌어 낸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요한 하인리히 아놀드/홍성사/285쪽/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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