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족나들이 겨냥 … 영화 각색·실화 바탕 등 눈길
날개없는 천사들·엄마의 약속, 장애인·비장애인 공동 공연도 화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외로운 마음을 부채질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짜릿한 이성과의 사랑이나 풍요로운 재산일까? 그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매만져 줄 가족애가 더욱 필요할 듯 싶다. 가족의 사랑을 일깨워 줄 훈훈한 뮤지컬 두 편이 가을 관객을 기다린다.

장애인·비장애인의 하모니

“밥 먹었어?” 다운증후군을 앓는 재진은 누구에게나 “밥 먹었어?”라고 인사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바보”라고 그를 놀린다. 그래도 재진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를 아끼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가난하고 부족했지만 사랑만은 넘쳤던 70년대 가족 이야기를 다룬 기독교 뮤지컬 ‘날개없는 천사들’이 떼아뜨루 추에서 오는 10월 31일까지 공연된다. 주인공 재민이네 집에는 사우디로 돈을 벌기위해 떠난 아버지, 억척스러운 화장품 외판원 ‘엄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형 재진이 있다. 재민은 자신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형만을 감싸는 엄마가 밉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 공장에 불이 나고 갇혀있던 재진만을 구한 채 엄마는 목숨을 잃는다.

▲뮤지컬 '날개없는 천사들'에는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 한 무대에서 연기호흡을 맞춘다.

기독교 뮤지컬 ‘날개없는 천사들’은 4년 전 화제 속에 개봉됐던 문소리 주연의 영화 ‘사랑해 말순씨’의 뮤지컬 버전이다. 작품은 뮤지컬로 옮겨오며 군무와 음악이 추가됐다. 그러나 작은 소극장, 변변한 도구가 없는 시설, 뮤지컬 전문배우가 없는 환경 탓에 장르적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실제로 출연자들도 기자회견에서 “작품성으로는 일반 뮤지컬보다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뮤지컬보다 더 귀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호흡이다.

뮤지컬에는 영화 ‘사랑해 말순씨’에서 재진 역으로 출연했던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 씨와 뇌성마비 장애인 길별은 씨가 출연한다. 맡은 배역도 자신의 장애 그대로다.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진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의미있고 아름답다. 비록 대사를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귀를 더 많이 열어야 하지만 이들의 연기는 더욱 뜨겁고 진실하다.

또 이 작품은 예배와 기도로 준비된 것이다. 제작사 디앤지스타(대표 김은성)는 크리스천 연예인 기획사로 매일 예배하는 마음으로 공연에 준비했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엄마, 성경을 언급하는 주민들 등 복음적 코드로 작품에서 표현됐다. 특히 마지막 불기둥 속에서 아들을 구하고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 속에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대신 지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돼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쇼걸’로 유명한 서단비, 드라마 ‘물고기자리’ 주인공 최령 등이 출연하며, 번개맨으로 유명한 서주성 씨가 연출, 각색, 대본 등을 맡았다. 공연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수, 토요일 오후 4시와 8시다.

문의:02)324-1255

딸아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한 엄마가 있다. 그녀의 뱃속에서는 신비로운 생명과 함께 무서운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었다. 엄마는 출산일 다음에서야 자신의 병을 발견하고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죽음보다 딸의 미래가 더욱 걱정이다.

MBC 인기 다큐멘터리 ‘사랑’의 한 꼭지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고 안소봉 씨의 이야기를 다룬 ‘엄마의 약속’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주)하늘연어(대표 조재국)는 오는 10월 1일부터 대학로 스타시티 2관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뮤지컬 ‘엄마의 약속'을 선보인다.

▲뮤지컬 '엄마의 약속'의 한 장면.
뮤지컬은 고 안소봉 씨의 강인한 모성애, 실화가 주는 감동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전한다. 특히 자칫 울음을 짜낼 수 있는 것을 우려해, 팩션 형식을 도입해 경쾌하게 그려낸다. 작품에서는 엄마의 죽음이나 투병의 고통을 보여주기보다는 17살 미래의 소윤이가 깨닫는 엄마의 사랑이 강조된다. 특히 고 안소봉 씨가 좋아했던 가수 비가 병실을 찾은 실제 사건을 재연한 가수 ‘눈’의 병문안 장면은 불룩한 배, 귀여운 율동,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가수 비와 정반대 배우의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난다.

그러나 실제 사건이라는 사실은 관객들을 어쩔 수 없이 슬프게 만든다. 특히 딸을 잃어버린 할머니 영순(고 안소봉 씨의 어머니)의 고백 장면은, 마산에 거주 중인 실제 인물과의 인터뷰 내용을 가사로 옮겨 더욱 실감난다. “처음에는 사실 딸이 죽은 게 손녀 탓인 것 같아 손녀가 미웠다”는 고백은 한 명의 ‘엄마’인 할머니의 고통을 엿볼 수 있다. 또 딸에게 선물로 ‘곰 세 마리’를 불러주는 엄마의 모습은 ‘곰 세 마리’를 한번쯤 불러봤던 이 세상 엄마 아빠라면 마음이 짠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내 잘 살겠다는 소윤의 고백은 슬픔 대신 희망을 보게 한다.

뮤지컬 엄마의 약속은 소극장 작품이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 창작뮤지컬이라는 새로움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또 ‘불과 얼음' 대표 고성일 씨의 극본 및 가사, ‘김종욱 찾기', ‘환상동화' 등의 김동연 연출은 작품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공연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순수익의 10%는 매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암환자에게 사용할 계획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뮤지컬 속 ‘엄마’를 만나보면 어떨까.

문의:02)547-6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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