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모멘텀(Momentum)

안성우 목사
‘모멘텀’은 물리학 용어인데요. 물체가 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동력, 추진력, 타성입니다. 역학(疫學)에서는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킬 임계치에 이르는 순간, 경제학에서는 한계 변화율, 기하학에서는 곡선 위에 있는 한 점의 기울기를 말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셰링의 논문「분리의 모델」(1969)에서 제시한 ‘티핑 이론’에 나오는 개념이기도 한데요.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으로, 엄청난 변화가 때로는 작은 일에서 시작하고 예기치 않은 순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리더십에서 모멘텀은 한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 분위기와 흐름인데요. 존 맥스웰은 조직의 구성원에게 동기부여를 통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모멘텀이라 설명합니다. 모멘텀을 아는 리더는 조직문화, 인사, 보상 매뉴얼을 만들고 공정한 공동체를 만듭니다.

말콤 글래드웰은「티핑포인트」에서 ‘허시 파피(Hush Puppies)’를 사례로 듭니다. 허시 파피는 고객이 거들떠보지도 않아 처분 위기에 놓인 신발이었는데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몇몇 히피 청소년이 신고 다니더니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미국 전역으로 팔려 나갑니다. 1993년 3만 켤레가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94년에 43만, 95년엔 130만 켤레로 매출이 급상승했습니다. 모멘텀의 법칙, 몇 사람으로 시작한 입소문이 그 이유였죠. 

이런 질문을 드려봅니다. “사업, 인생, 학업, 목회에서 모멘텀을 경험했는가?” “몇 번이나 모멘텀을 경험했는가?” “경험했다면 폭발력의 정도는?” “경험하지 못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모멘텀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데요. 농구나 배구 경기에서 자주 봅니다. 상대팀이 상승기류를 타면 감독은 작전 타임으로 흐름을 끊죠. 때론 한 번의 작전 타임이 경기의 판을 뒤집기도 합니다.

모멘텀은 리더의 긍정적 동기부여에서 시작해 어떠한 변화라도 가능하게 하는데요. 일단 시작하면 위대한 일을 해냅니다. 모멘텀은 리더의 내면에서 시작합니다. 비전, 열정, 에너지, 능력, 인격의 총합인데요. 구성원이 리더를 사랑하고 존경하면 자연적으로 발생합니다. 모멘텀의 보상은 구성원 모두의 몫이지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책임인거죠. 

어떤 조직은 모멘텀이 만들어지고 폭발적인 성장의 기조에 들어섰는데 리더가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는데요. 정작 자신은 헛발질하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를 떠나 불러 주는 곳마다 갑니다. 외부 활동이 늘고 모임이 많아집니다. 조직은 순식간에 추진력을 잃고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기 일쑤인데요. 배움이 그치고 교만이 그득 찹니다.

지인 중 한 분이 섬기는 교회는 폭발적인 성장 중인데요. 정치로 부르심을 받았지만 모멘텀을 꺾을 수 없어서 교회에 남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정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대의를 위한 헌신도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집중할 일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생각했습니다. 곁에서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지켜봤기에 울림이 컸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교회나 조직의 모멘텀이 꺾였지만 불씨는 살아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모멘텀이 저절로 생기지 않아요. 코로나 시대에 생각을 생각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의사결정을 위한 의견수렴과 절차가 중요하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관계와 소그룹을 살리는 지혜를 모아야합니다.

내 삶, 사업, 사역에서는 모멘텀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은 유혹입니다. 기회가 없었다는 핑계의 동굴 속에 숨는 겁니다. 모멘템은 없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한 겁니다. 물이 비등점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끓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이미 정점을 향해 끓기 시작했어요.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라 때가 이르면 거둘 것이다”라는 말씀을 붙들고 농부의 심정으로 묵묵히 최선을 다합니다.

소망을 잃지 않고 오늘도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킵니다. 비전, 열정, 에너지, 능력, 인격에서 주님의 십자가 앞에 한 걸음 나아간다면, 모멘텀은 이미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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