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목회 이야기-최인석 목사
동네 이장이 된 목사…산골목회 꽃피워

올해 우수작은 순식간에 결정됐다. 진안 옥토교회의 귀농한 목사의 마을 목회를 지목하자 심사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찬성을 표했다. 그만큼 신선한 사역이었다. 또 다른 우수작은 작지만 큰사랑을 베풀고 있는 큰사랑교회 목회 이야기다. 우수작 두 편의 수기 내용을 2주에 걸쳐 요약, 게재한다.

진안으로 귀농하다
전북 진안읍 오천리 평촌 마을은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이었고 나의 마지막 선교지이자 땅 끝이다.
터키 선교사로 10년을 사역하고 서울에서 청년·기관 사역, 당진의 양로원에서 원목으로 사역을 하다가 치매로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모시려고 2010년 귀농을 결정했다. 몇 차례 진안을 방문하면서 귀농에 대한 결심이 굳어졌고 병중에 계신 어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을 간사 생활
진안에는 마을을 위해 일하면서 섬길 수 있는 ‘마을 간사’ 제도가 있다. 마을 위원장이나 이장들의 행정을 돕고 매월 마을신문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누는 일이다. 마을 간사로 일하면서 마을을 이해하고 마을 주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난히도 추웠던 2011년 진안의 겨울은 내 인생에서 평생 잊을 수 없다. 폭설과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가 거의 한 달 동안 지속되었다. 당시 30년이 넘은 5층 아파트에 살았는데 뇌졸중으로 혈액순환이 안 되었던 어머니의 손이 동상에 걸릴 정도였다.

그렇게 첫해 겨울을 보내며 겨울 농한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할매 배움터 겨울학교’를 열었다. 한글교실을 통해 여든이 넘은 어르신이 한글을 깨우쳐 신발 밑바닥에 당신 이름을 써 놓은 걸 보고 아들이 감격하여 어르신들께 맛있는 자장면을 대접하기도 했다. 할매 배움터 겨울학교 프로그램은 마을주민들에게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는 계기가 됐다.

창조의 집 그룹홈
진안에 와서 아동복지시설인 그룹홈을 알게 되었다. 그롭홈은 학대, 방임으로 소외된 아이들과 한 가족이 되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 주며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귀농했던 그해 2010년 12월 창조의 집 그룹홈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23명의 아이들이 창조의 집을 거쳐 갔다. 현재 6명의 아이들이 나를 큰아빠라고 부르며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다. 창조의 집 아이들 한명 한명의 다양한 사연과 아픔은 내가 겪은 어려움과 상처보다 더 컸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아이, 아빠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울다가 지쳐버린 아이, 부모의 학대와 폭행에 못 이겨 집을 나온 아이 등등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사연들을 갖고 있다. 우리 가정에 들어온 아이들이 지금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취업해서 자신의 집을 짓겠다며 열심히 직장에 다니는 아이, 대학에 들어가서 3년 내내 올 A성적표를 보내는 아이, 퇴소했지만 아직도 주말마다 찾아오는 맑은 초등학생 남매 등 이 아이들을 보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과 기쁨이다.

옥토교회 설립
가까운 교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다가 2015년 11월부터 집 거실에서 예배를 드렸다. 7개월 간 거실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중고 컨테이너를 구입해서 예배를 드렸다. 그러던 차에 지방회 목사님들의 권유로 2016년 11월 27일 정식으로 전북중앙지방회 소속 옥토교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컨테이너는 진안의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에는 너무 열악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2017년 5월부터 아이들과 교회건축을 위한 100일 작정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를 시작할 때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기도하는 가운데 집 앞 양지천 하천공사가 시작되었고 지금의 옥토교회 터가 된 300평의 전답이 15톤 트럭 200대 분량이 퍼다 부은 양지천 사토로 메워지게 되었다. 이 부지를 현장사무실로 당분간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현장소장님이 사토 포클레인 작업까지 마무리해 해주시고 교회를 건축하는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무엇보다 건축비가 전혀 없었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많은 기적들을 베푸셔서 나의 모교회인 삼례교회와 장인어른, 다양한 분들의 섬김과 지원으로 2017년 12월 두 번째 주일부터 새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지금 이 성전이 마을 아이들의 공부방과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목사, 마을 이장이 되다
2013년 마을입구 한편에 창조의 집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집을 마을 분들의 도움으로 건축하게 되었다. 건축하는 과정에 마을 어르신이 1,600만 원을 계약서 한 장 없이 빌려주셔서 장마 전 건축을 마무리하여 입주할 수 있었다. 마을 섬김을 통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런 도움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2016년에는 마을대동회에서 마을이장으로 선출되어 본격적으로 마을을 섬기게 되었다. 이장이 된 후 80대 중반이 대부분인 연로하신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해 다양한 문화,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년에 2~3번 전주교회 이·미용봉사와 의료선교단이 마을을 찾아 봉사하고 있으며 식사대접과 생일파티, 진안군 마을축제 개최, 농번기 공동급식, 트로트 건강 체조교실, 마을꽃길경관사업 등으로 마을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장의 작은 섬김과 수고를 늘 고마워하는 마을 어르신들이 계셔서 더불어 사는 보람과 행복이 무엇인지 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농부로 사는 재미
마을 간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당시 마을이장님의 도움으로 마을의 빈농지에서 농사를 배우며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농사를 잘 지어도 팔지 못하면 소용이 없고 가격이 폭락하면 1년 고생이 헛수고가 되는 안타까운 현장이 농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다양한 농사기술과 교육을 받았다. 다양한 수료증과 자격증도 10개 이상 취득했다. 후계 농업경영인으로 선발되었을 때 소를 키워보고 싶어서 2011년 인공수정사 면허까지 취득했지만 소 값이 하락하고 많은 자본이 필요함을 알고서 포기했다.

이후 마을에서 가장 많이 하는 고추농사를 2013년부터 시작했다. 전북 농업마이스터대학 고추과정에 입학해 2년간 고추재배와 작물재배학, 토양학, 병충해방제 비료와 농약사용법 등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들을 배웠다. 농사도 지식적으로 제대로 알아야 잘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농사를 지으면서 내가 땀 흘려서 고생한 결과가 열매로 나타나는 땅의 정직함을 배웠다. 혼자서 일하는 들녘에서 때로는 기도하고 찬양하면서 노동이 영성이 되고 나를 주님께 복종시키는 법을 배운다.
 
개복숭아 농장과 무료양로원
힘과 시간을 절약하고 장기적으로 가능한 농사를 고민하던 중 병충해에 강하고 잘 자라는 개복숭아를 알게 되었다. 2015년부터 개복숭아를 심기 시작해서 지금은 1,000평의 임야에 개복숭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진안고원 개복숭아 가공공장을 지었다. 진안군으로부터 농촌자원활용 기술사업비 4,000만 원을 보조 받아 한 일이다.

2018년 11월부터 ‘꽃피는 산골 개복숭아’란 상품명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개복숭아즙 판매를 통해서 옥토교회의 자립과 창조의 집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지원하고, 교회성도들과 지역의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한 무료양로원을 건축, 운영하는데 사용하려고 한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은 하나의 작은 양로원이다. 80세가 넘는 독거노인이 15명 이상이다. 이 분들의 소망은 집이 바라다 보이는 양로원에서 평생을 이웃하던 지기(知己)들과 지내다가 돌아가시는 것이다. 이 소망이 우리교회의 기도제목이 되었다. 아이들과 다시 양로원 건축 100일 기도를 시작했다. 개복숭아 농장은 이 모든 것들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이다. 개복숭아 농장은 옥토교회의 꿈이고 아이들의 미래인 것이다.

농촌목회도 소망이 있다
모두가 농촌교회를 위기라고 말한다. 옥토교회가 있는 지역의 상황도 큰 차이는 없다. 급격한 고령화로 마을이 없어질 위기에 있다. 그럼에도 농촌교회는 아직 소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매주 교회에 나와 말씀은 듣지만 귀는 어둡고 이해력도 더딘 어른신들. 그럼에도 복음을 들어야 하고 천국으로 인도해야 할 사명이 있기에 더 늦기 전에 분명한 복음을 전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귀농, 귀촌인들이 농촌으로 내려오고 있다. 교회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더 교회다워지고 잘 준비한다면 더 부흥하리라 확신한다.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작은 무리 속에서 큰 소망을 발견하고, 세상 속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복음을 전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이 있기에 오늘도 주어진 나의 목회현장에서 주님께 감사와 소망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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