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훼손하는 사진·종교 폄훼 글 등 논란 증폭
‘혐오’로 표현되는 ‘불안’
취업 문제·양극화 현상 등
사회경제적 요인 해소해야
혐오 확대 막을 수 있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정치성향과 성적지향, 이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의 표현을 만들어 대립하고 충돌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남혐’, ‘여혐’의 표현과 발언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사회의 혐오 표현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 실질적인 위협과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2010년대까지는 혐오 표현이 여성혐오 위주로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극우성향을 지닌 이용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를 중심으로 한국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단어인 ‘김치녀’, ‘된장녀’ 등의 단어가 생기며 여성혐오가 확대됐다. 여성에 치우쳐 있던 혐오는 지난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로 남성 혐오로까지 번졌다. 

이후 온라인에서 횡행하던 혐오는 오프라인에까지 등장했다. 2014년 세월호 유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 시위를 할 당시, 일베 회원 등 극우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그 앞에서 피자와 햄버거를 먹으며 ‘폭식 투쟁’을 벌였던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7일 혜화역에서 열린 ‘홍대 누드 모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는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뜻의 ‘재기해’라는 단어를 이용한 부적절한 시위 구호도 나왔다.  

현재는 혐오의 범위가 남녀를 넘어 성소수자, 난민, 이슬람을 비롯해 종교의 영역까지도 확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사이트 ‘워마드’에 가톨릭과 정교회에서 예수의 몸으로 여기는 ‘성체’(聖體)를 훼손하는 사진과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성체에 욕설을 낙서한 뒤 직접 불태우는 사진을 게시한 한 네티즌은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들 다 사라져라”,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반발하는데 천주교를 존중해 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냐”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는 “믿음의 유무를 떠나 종교인들이 존귀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공개적 모독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며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이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법적인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늘날 종교가 혐오와 증오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종교의 세속화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길용 교수(서울신대 신학과)는 “종교가 세속화되니까 이전만큼 종교에 대한 터부의식이 사라지며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교수는 종교를 일종의 오락의 도구로 개인화했거나 정치적 홍보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점차 우리 사회에서 많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혐오’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혐오의 주된 심리적 기저는 두려움과 불안”이라면서 “낮은 취업률,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해소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 이슈를 바라볼 때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분석적 사고를 기르는 시민교육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면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난무하는 혐오 발언과 그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이 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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