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의 탄핵안 국회 가결 이후의 심경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대통령 아버지와 영부인 어머니의 비명횡사를 목격했던 박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체험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 한 평생을 살면서 ‘피눈물이 나는’ 억울함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괴로움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불가에서는 속세를 일러 ‘사바세계’라고 부르기도 하지 않는가. 70년 넘어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세월호가 뒤집어져 아직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이 스러져버린, 해마다 4·19, 5·18을 맞으면 살아있음이 부끄러워지는 나라에서 정치한다는 이들이 피눈물이 난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모른다면 정치할 자격이 있는지를 지금이라도 묻고 싶다.

▨… 박 대통령의 피눈물 그리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은 속인들이 얼렁뚱땅 넘겨짚어 짐작하듯 자신이 탄핵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그 원인이 되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누구보다 큰 기대를 받았던 대통령으로서 그러한 사단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뼈아픈 후회에서 그와 같은 소회가 표출된 것이리라 믿고 싶다.

▨… 미국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 공식만찬실에는 미국 제2대 대통령이었던 존 애덤즈가 남긴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 백악관과 앞으로 이 집에 살게 되는 모든 사람에게 끝없는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한다. 아울러 이 지붕 아래서 통치하는 사람은 오로지 성실한 현자들만이기를…” 이 글을 읽은 세계인들의 표정이 어떠했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은가.

▨… 가장 현명한 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 선거의 병폐에 대해서는 깜깜이었던 모양이다. 민주주의는 결단코 최고의 현인이나 인격자를 지도자로 선택하지 않는 고질병을 앓게 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우리 교단의 민주적 선거만은 예외라고 한사코 고집하고 싶어 한다. 설사 싱긋이 웃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