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목사가 “이럴 때 전화하세요”라고 밝혔다. 1. 보일러가 고장 나면 2. 텔레비전이 안 나오면 3. 냉장고, 전기 연결 장치가 고장 나면 4. 휴대전화나 집 전화가 안 되면 5.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쓸 일이 있으면 6. 농번기에 일손 못 구할 때 7.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 8. 몸이 아프면 이것저것 생각 말고 바로 9.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10.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팔순 할머니가 하소연할 때 그 할머니의 손 꼭 붙잡아 주는 게 나의 일이라고 밝힌 김모 목사는 우리 성결교회 소속은 아니다. “목사를 모시지 마세요, 써먹고 부려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뱃심은 아직은 젊은(?) 목사의 순수가 살아 있는 만용(?)일지도 모른다. 우리 성결교회에서라면, 어쩌면 어른들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해했을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 교단의 풍토를 너무 모르고 있다고 비난 받을까.

▨… 독일, 영국, 프랑스의 목회자들에게 닮고 싶은 목회자로 손꼽히며 추앙 받은 오벌린(J.F.Oberlin 1740~1826)목사는 무엇보다 소명감에 투철한 목사였다. 독일의 산골인 보스케스에서 거의 60년 동안을 가난한 농부들을 대상으로 목회에 헌신한 그는 보통의 목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말을 남겼다. “나는 편안한 곳을 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일하고자 했습니다.”

▨… 신앙은 섬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갈파한 본회퍼 목사는 “영적인 신뢰의 문제는 권위의 문제와 매우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진실성 여하에 달려 있다”(신도의 공동생활)고 못을 박았다. 그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섬기면 타자(이웃)를 섬길 수 밖에 없고 그것이 곧 영적인 신뢰의 바탕이 되고 목회자의 권위는 그 바탕에서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이다.

▨… “목사를 써먹고 부려주세요”라고 겁도 없이 외치는 목사는 어른 목사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어서 간 부은 소리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벌린 목사 같은 소명감이 없다면, 본회퍼 목사가 말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자 하는 신실성이 없었다면 치기에 젖은 간부은 잡소리로 치부되기에 딱 알맞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작은 교회 목사들은 그의 ‘만용’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교회의 내일은 그 만용에 달려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목사들의 목회가 그 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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