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인간을 비딱한 시선으로 흘겨보며 조소를 날렸던 일본 작가 미시마 유끼오(三島由紀夫)가 교통사고를 낸 일본인을 희화화하여 비아냥댄 적이 있다. 만약 그 교통사고가 런던에서라면 경관이 왔을 때 능숙한 영어로 냉정하게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고는 순전히 저 노인의 잘못입니다. 저는 전혀 실수가 없습니다. 저 노인이 뛰어들었거든요. 옆에 타고 있는 이 사람이 증인이 될 것입니다.”

▨… 같은 사고가 일본에서 났을 경우 운전자의 태도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고 한다. 운전자는 한달음에 유족에게로 달려가 울먹이며 목메인 소리로, “제 실수입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라고 사죄함으로써 뒷수습을 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부도덕 선생) 미시마 유끼오에 의하면 죄의 개념이 서구사회처럼 명확하지 않은 일본사회에서는 먼저 사죄하는 것이 내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일처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동양문화권이어서일까.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최순실 씨도, 차은택 씨도 첫마디는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였다. 그것은 미시마 유끼오가 그렸던 운전자의 모습과 닮아도 너무나 닮은 모습이었다. 검찰과는 아직 대면도 하지 않았는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고 울먹이는 모습은 정녕 잘못을 뉘우치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해야만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계산해서 나온 행동인지 머리 나쁜 사람들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 미시마 유끼오는, 사죄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과 책임 추궁을 조금이라도 모면해보려는 얄팍한 계산은, 인간 본성의 이중성이 연출해내는 ‘음흉한 처사’라고 사정없이 까발렸다. 죗값을 치루어야 한다는 나와 그 죗값을 모면하려고 하는 나 사이에서 우리는 어느 편에 서 있느냐를 물었던 것이다. 하기는 플라톤도 “자기자신에게 패하는 것은 가장 수치스럽고  나쁜 패배”(국가)로 규정했었다.

▨… 주최측 추산 일백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과장된 숫자일까,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야가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시기도 이미 지나쳐버렸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떤 답을 얻느냐에 나라의 내일이 결정나게 생겼다. 나라가 이토록 어지러운 상황에서 우리 성결인들이 할 수 있는, 또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를 우리는 묻기라도 하고 있는지, 답답한 마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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