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던 박 후보의 이미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무엇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삶과 죽음이 박 후보자의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것은 1974년의 육여사 서거, 1979년의 박 전 대통령 시해를 샅샅이 기억하는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몰표가 바로 그 답일 수 있다.

▨… 박근혜 후보는 육영수 여사의 검소함과 단아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애국심과 강직함이라는 이미지를 자신의 정치적 유산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비극적 죽음으로 삶을 마감한 부모의 이미지로 덧입혀진 박근혜 후보자의 정치적 이미지는 원칙을 지키며, 고난 앞에 굴복하지 않으며, 금전 때문에 부패하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을 주었고 대중정치인 답지 않은 검소함과 단아함은 표심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재임 4년 만에 박살내버렸다. 지지율 10% 미만이라는 숫자가 이를 나타내준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여인이 국정을 농단하게 함으로써 이 땅의 ‘콘크리트 지지자’들에게 씻어낼 수 없는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 시발점은, 지지자들은 간과했지만 “고 육영수 여사의 현몽을 앞세운 최태민을 평생의 멘토로 따랐다(윤평중, 신돈의 나라, 라스푸틴의 왕국)”는 데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 최태민이 누구인가. 어느 TV의 기자는 목사라는 호칭을 그의 이름 석 자에 헌납하고 있었지만 그는 신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이 땅의 어느 교단도 그에게 안수를 허락한 적이 없다. 그가 혹세무민의 방법으로 즐겨 사용한 ‘영혼합일법’은 사이비 종교인들의 전매특허적인 행태의 전형으로 기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 외신들은 최순실의 국정개입의혹 사건이 샤머니즘적 주술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도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건을 ‘샤머니즘적 컬트’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나라의 대통령이 샤머니즘의 주술에 얽매여 있다는 것은 코미디일까, 아니면 그 주술적 대통령을 위해서 국가조찬기도회를 계속 열기를 원했던 교회의 죗값일까. 어쩌면 한국교회가 아직도 샤머니즘적 주술에 묶여 있음을 깨우쳐 주기 위한 사건은 아닐까.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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