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정권 말기였던 1987년 1월, 권력의 처지에서는 대악재였던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터졌다. 권력 측에서는, 박종철 군의 사인을 ‘심장 쇼크’로 결론지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부검의 황적준은 권력 측의 의도를 거부하고 ‘경부 압박 치사’라는 자신의 소견을 관철하였다. 부검의 한 사람이 절대권력에 맞서는 용기를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 그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도 궁금해 한다.

▨… 2006년 러시아 언론인 안나 폴리코브스카야는 자신의 집이 있는 모스크바 한복판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체첸과 전쟁 중인 러시아 군대가 저지른 고문과 살인, 성폭행 등을 보도해 왔기에 그녀는 러시아 권력자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았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알았지만 그 길을 피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자신의 조국을 위한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 흔히들 말한다. 지식인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적인 정직성뿐만 아니라 그 정직성을 실천에 옮길 용기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지식인들은 대부분 가진 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지름길에 서 있다. 그 지름길을 마다할 수 있는가. 지적인 정직성을 실천에 옮길 용기가 자신과 가족에게 미칠 손익계산을 누구라 무시할 수 있는가.

▨… 지난 호(제1059호) 한국성결신문에는 두 편의 기고가 실렸다. ‘북한 핵 공격을 막기 위한 사드 배치’와 ‘예수께서 과연 사드 배치를 원하실까?’라는 제목이었다. 글의 내용이 어떠한가의 문제는 독자들의 판단의 몫이다. 다만, 한국교회 전체의 분위기와 우리 교단의 대체적인 의지도 사드 배치를 알게 모르게 지지하는 쪽인데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용기는 오랜만이라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 나폴레옹의 말이라든가. “세상은 악한 자의 악 때문이 아니라 선한자의 약함으로 멸망한다”라는 진단이. 모두가 ‘예’ 할 때 ‘아니요’ 하기는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선언했다. “철학자에게는 친구도 진리도 다 소중하지만 친구보다는 진리를 더 중시하는 것이 철학자의 의무다.”(니코마코스 윤리학) 철학자를 목사로 대치하면 이 말은 더 환하게 살아나지 않는가, 그래서 괴롭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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