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스위스 국민들은 국민투표에서 국가가 매월 기본 소득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스위스의 모든 성인에게 지급하자는 안을 유권자의 77%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만약에 이 기본소득안이 가결되었다면 스위스 정부는 연간 예산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재원 마련 때문에 파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아직은 이런 유의 기본소득안은 ‘마르크시즘적 환상’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비판했다.

▨… 스위스는 세계에서 국민 일인당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세계의 경제대국 어느 나라 보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안의 법제화가 논의된다는 것은 우리의 눈으로 보면 ‘개천에 든 소’가 못먹어 비루먹은 망아지를 보며 눈 흘기는 격이라 해야 할까. ‘88만원 세대’, ‘삼포세대’라 자칭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는 스위스의 기본소득안은 안드로메다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 그러나 오늘의 세계는 극도의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계급이 정치, 경제 분야에서 권력과 제도를 장악하고 불평등을 확대하는 한, 사회정의도 인간다운 삶도 있을 수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R.Tawney,‘평등’) 이 확인 위에서 스위스의 기본소득안은 인간이 어떤 경우에도 인간적 품격을 유지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발의되었다.

▨… 토마 피게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소득 집중도(top income shares)를 보면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의 총계는 IMF 이후 계속해서 급격하게 증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하위 90%의 소득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약간 증가할 뿐이다. 이 소득격차가 이 땅의 젊은이들을 “괴물이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이십대”(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가 되어버리게  한다.

▨… 평등은 폴 틸리히에 의하면 분배정의이다. 이 말은, 평등은 궁극적으로는 정의의 내용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우리 성결교단의 목회자 사회가 경제적 평등에 대해 어느 정도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 교역자의 기본소득이란 문제를 검토하자고 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인지, 또 우리 안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촉감이라도 있는지를 묻고 싶다. 하나님의 공의가 강 같이 흐르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역자들의 경제적 불평등이 먼저 해소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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