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서울신학대학 어느 강의실에서였다. 그날의 강의 주제는 ‘목회자의 윤리의식’이었다. 목회자가 지켜야 할 도덕적, 윤리적 규범과 일반 평신도들의 도덕적, 윤리적 규범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가가 검토의 초점이었다. 대부분의 신학생들이 목회자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의 규범이 적용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교수가 물었다. “그렇다면 목사는 다 같은 목사이고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학생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두 원칙을 제시했다. “1. 각 개인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를 최대한 광범위하게 누릴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단 이 자유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유사한 자유와 양립 가능해야 한다. 2.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시킬 때만 허용 가능하다. 첫째,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한 구성원들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둘째, 기회 균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직책과 직위를 개방해야 한다.”(J.Rawls, ‘정의론’)

▨… 롤스에게 우리 성결교단의 ‘목회자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지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해 가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니, 우리 교단의 목회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같은 질문을 평신도들에게까지 던지는 것은 아마도 너무 참혹한 일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질 지도 모르겠다. 목회자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가 정의로운 사회인가 하고.

▨… 한국성결신문이 보도한 제110년차 총회 대의원 분포도에 따르면 목사 대의원의 평균 연령은 60세이고 장로 대의원은 66세이다. 해외 대의원을 제외하면 여성 대의원은 1명도 없고 40대의 대의원은 목사 쪽으로만 10명에 그치고 있다. 굳이 롤스의 정의로운 사회 원칙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목사의 사회 곧 하나님의 종의 사회로서는 약자의 소외와 기득권의 위세가 너무도 불균형하게 어우러진 것 같다면, 과언일까.

▨… 우리나라 사회를 ‘절벽사회’로 규정한 학자(고재학)가 있었다. 그에 의하면 우리 사회는 그 구성원을 사회 밖으로  내몰아 추락시켜 죽이며, 스스로 살아남기도 버겁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교단 목회자 사회가 만에 하나라도 이 절벽사회를 닮아가기야 하겠는가 마는 이제는 물어야 한다. 절벽사회의 징후가 과연 조금도 없는지를. 하나님의 종의 사회는 반드시 정의로운 사회여야 한다면, 논리의 비약이라고 꼬집는 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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