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리석음을 주제로 글을 써온 네덜란드인 마티아스 반 복셀은 그의 책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에서 다윈상 수상 후보들을 소개하였다. 다윈상은 해마다 인터넷에서 수여되는데 수상대상은 인간 종의 재생산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결점이 많은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인간 종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수상자는 늘 죽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그 다윈상 수상 후보 중의 하나였던 로스엔젤레스의 기독교 지도자 한 사람을 마티아스 반 복셀은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예수가 걸었던 길을 걸어가려고 무척 애를 쓰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물 위를 걷는 연습도 했다. 이랬던 그가 1999년 11월 24일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욕조에서 물 위를 걷는 연습을 하다가 비누를 밟고 미끄러지는 사고였다.”

▨… 기독교 2000년의 역사에서 예수를 닮고 따르고자 했던 사람들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앗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일 것이다. 그는 그의 별명 보베리오(가난한 자)에 걸맞게 입에 풀칠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가난을 제자의 본분으로 삼았다. 눈은 멀었고 그의 위는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했으며 불면증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지만 그는 그것을 십자가의 길로 받아들였다.

▨… 후대의 교회는 프란치스코가 예수의 가르침을 그 삶으로 실천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교황 피오Ⅱ세 같은 이는 프란치스코를 ‘또 하나의 그리스도’라고 부르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오늘의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하비 콕스(H.Cox) 같은 이는 프란치스코의 자발적 가난은 영적 보상을 가져다주는 축복이지만 물질만능인 자본주의 시대에 비자발적 가난은 사람이 만든 저주 아니겠느냐고 묻는다.(‘예수 하버드에 오다’)

▨…물 위를 걷는 연습에 몰두하다 다윈상 수상 후보에 오르는 기독교 지도자의 꼴도 우습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목사들에게 프란치스코류의 가난이 강요된다면 그 또한 난감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흉내낼 수 없다 하더라도 800억 횡령운운의 목사라면 물 위를 걷는 연습자 만큼이나 다윈상 수상 후보감이 아닐 수 없다. 제발 그가 그 혐의에서만큼은 깨끗이 벗어나주었으면 한다. 그 대단한 분 때문에 한국교회 목사들이 다시 고개를 떨구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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