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발표했다. 국민통합을 위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는 정부의 국정교과서 방침은 심한 갈등과 국론을 분열시키는 양상을 야기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의 국정화 논리는 현행 체제로 발행되는 역사 교과서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교과서의 경우 이념적 색채가 지나치게 강해 학생들의 균형된 역사교육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기독교계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과 예장 통합 등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역사왜곡을 가져온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교연과 한기총, 예장합동 등 보수적인 기관과 교단은 “편향적 역사 논란으로 국론분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단일화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국정화에 찬성하고 있다.

정부의 국정화 추진은 현행 역사 교과서 좌편향 기술을 시정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곤 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분열과 갈등을 낳고 있는 점에서 걱정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발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편향성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념적 편향만 문제가 아니다 종교적 편향과 함께 기독교에 대한 왜곡 축소된 서술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 

기존 중고등학교 근현대사의 종교편향 기술은 명백한 사실이다. 불교와 유교를 비롯해 조선 후기에 들어온 천주교, 천도교, 정감록 등의 사상은 독립된 항목으로 소개한 반면, 기독교는 독립된 항목으로 전혀 서술되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기독교는 개항 이후 정부의 승인을 받아 들어왔고, 이후 선교사들이 학교와 병원을 짓는 등 근대화에 기여하면서 복음을 전파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근대 문명을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8종의 역사교과서를 살펴보면 유독 기독교에 대해서만 인색하기 그지 없다.  미래엔 교과서에서는 불교에 대해 삼국시대와 신라, 고려시대에서만 6페이지에 걸쳐 종파의 도입과 역할, 사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조선 후기 부분에서는 천주교, 천도교, 정감록도 2쪽에 걸쳐 각각의 제목으로 서술돼 있다. 그러나 개신교의 경우에는 단 3줄로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마저도 천주교와 함께 소개된 것이 전부였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역사교과서에 개신교는 딱 한 줄 나온 것으로 미래엔 교과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8종 교과서에서 불교와 유교는 각각 5쪽씩 나와도 개신교는 3~4줄에 그쳤다”고 말했다.

기독교가 우리나라 근대화에 공헌한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도 교과서 집필자들은 불교와 유교 등을 적극 기술하면서 기독교에 대해서는 극히 적게 실었다. 역사를 전공한 교과서 집필자들도 기독교의 공로를 모를 리 없는데 이렇게 뺀 것은 의도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몇 년 째 개정을 요구해도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기독교는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종교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한국사 교과서가 기독교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사회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올바른 교과서, 균형있는 교과서, 편향되지 않은 교과서’ 원칙에 맞지 않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기독교가 독립 항일 운동과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기여한 것을 가르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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