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 사모(서울서지방∙행신중앙교회)
매해 부활의 계절이 되면 성결교회 전국교역자부인회가 열립니다. 올해도 400여 명이 수안보 파크호텔로 모였어요.

1년에 단 한 번 있는 축제의 성격을 띤 총회. 사실 교회 안에서 ‘사모님’이라는 존칭어로 불리긴 하지만 사모는 ‘을’ 아닌가요?

세상에서 회자되는 권력이나 돈으로 빚어진 갑을 관계는 아니지만 무조건 환한 미소를 지어야만 하고 우울할 때도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몸이 고달파도 성도의 아픔을 우선순위로 놓아야하니 사모는 자발적 ‘을’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자리를 잠시 접고 떠나는 거죠. ‘떠남’은 존재를 객관화시키는 힘이 비축되는 시간이기도 해요. 더군다나 같은 길을 가는 동지들과 함께이니 뿜어내는 기운들이 범상치 않죠.

에너지가 많은 이들은 나누어주고 적은 이들은 충전됩니다. 바야흐로 온전한 축제인거죠. 2박 3일 동안 배우고 익히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개회 예배 때 이신웅 목사님의 ‘오직 복음’이라는 말씀은 짧아서 더욱 힘 있는 선포였어요. 새삼 내안의 복음을 두리번거리며 찾게 되는 말씀이더군요.

한기채 목사님의 ‘엄마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는 위로를 주는 말씀이었어요. 룻의 효심과 순종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요. 김은혜 교수의 특강은 자신을 보여주는 강의라선지 흡입력이 강하더군요.

특히 자신을 위한 저축은 사소해 보이지만 성찰과 액션이 겸비된 멋진 시작으로 느껴졌어요. 권혁승 교수님의 강의는 예레미야의 70년과 공산주의의 명멸 70년을 연계한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와 조국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배우고 익히기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차려주는 음식과 설거지의 부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회포를 풀기도 하며 돈독한 우정을 나누곤 하지요. 같은 길을 가는 이들이 함께 모였으니 ‘사모’의 위치에서 벗어나 ‘내’가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빗방울이 조금씩 흩날리면 어떻습니까. 음울해서 산책을 못하면 어때요. 그래도 여전히 꽃은 피어날 것이고 나무의 새순은 부활처럼 선명해질 텐데요. 제가 속한 서울서지방에서도 이 축제를 위해 매주 모여 찬양연습을 했어요.

축제의 정점인 둘째 날 밤 흰 블라우스에 화려한 목걸이를 한 단복을 입고 무대에 서서 우아하고 영성 어린 ‘축복하리라’ 찬양을 합니다.

찬양이 끝난 뒤 청순한 미모의 임영희 사모가 앞으로 나섰어요. 장미 한 송이를 올해 회장이 된 김영희 사모에게 건네주고 관중을 보고 섭니다.

그리고 ‘나나나 나나나 솨아…’하며 싱그러운 춤을 추는 거예요. 물론 우리도 뒤에서 박수를 치면서 같이 ‘솨~~~ 솨~~~’를 하며 가지고 있던 장미꽃을 나누었지요. 축제이기에 가능한 엄청난 반전 아닙니까.

어느 지방회에서는 나이 지긋한 사모님들께서 나오시더니 무반주 아카펠라로 박자와 음정이 무한 자유로운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시기 시작하더군요.

‘전도하기 딱 좋은 나이!’ 라는 거죠. 작은 지방회일수록 더욱 열띤 박수를 받는, 나이든 사모님들의 서투른 율동에 더욱 열광하는…, ‘을’일수록 더욱 ‘갑’의 대접을 받는 우리의 모임! 천국의 한 모습이겠지요.

고요한 모습으로 호수 위에 떠 있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는다는 백조의 발을 기억합니다. 전국 임원들의 섬김이 그러했었지요. 그대들 진정 감사해요!

돌아오는 날은 햇살이 아주 환했어요. 일렁거리는 꽃그늘을 바라보는데 문득 주먹이 불끈 쥐어지더라고요. 그래, 더 깊은 ‘을’이 되어야지, 부활의 계절에 딱 어울리는 아주 멋진 축제였어요.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