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8년차 총회(총회장·이신웅 목사) 회기 동안 가장 바쁘고, 골머리를 앓으며, 욕(?) 많이 얻어 먹은 총회지도부 가운데 하나는 어쩌면 총회 재판위원회일런지도 모른다. 전 회기의 재판위원회에서 물려받은 뒤치다꺼리가 많았기도 하지만, 새일꺼리도 계속해서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웬만큼은 교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성결인들 조차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고소사건들이 재판위에 계류되어 있는 형편이다.

▨… 진흙탕이 되어버려 누가 재판위로부터 징계를 받았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전 총무들의 고소 사건, 사회 법정으로까지 번진 광주 베드로교회 건, 전남중앙지방회 건, 어느 원로장로가 앞장선 부정선거 의혹 건, 서울중앙지방회장 직무대행이 제기한 유지재단 이사 고소 건, 충무교회 건, 죽산대교회 건, 현 총회 임원의 총회본부 직원 고소 건, 총회 전 직원의 전 총무 등을 향한 고소 건 등 그 수를 세기조차 벅찰 지경이다.

▨… 어쩌다가 교단이 이런 몰골이 되었는가. 법보다는 은혜였고 사랑이었던 교단의 전통이 이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쓰레기통 속에 처박혀 있다고 진단한다면 과언인가? 아니면 교단도 첨예하게 이익이 대립하는 사회로 변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꼬리를 내려야 하는가? 확실한 것은 이런 몰골이 성결을 강조해온 우리 교단의 모습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 플라톤은 그의 명저 ‘대화’에서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프로타고라스에게 던진 질문을 소개하고 있다. “내 질문에 대답해 보시오. 같은 크기의 사물도 가까이 있으면 더 크게 보이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더 작게 보이지 않소?” 소크라테스가 르네상스시대의 브루넬레스키(Brunelleschi)가 개발해서 사용한 건축이나 회화의 원근법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사물에 대한 판단의 적정성을 지적하려 했던 것 아니겠는가.

▨… 재판은 아무리 잘해도 억울한 쪽이 있기 마련이다. 재판위원이 되면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오죽하면 “하나님의 눈으로 보시면 어느 편이 죄인일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하고 재판의 한계를 토로한 판사(고 김홍섭)까지 나왔겠는가. 재판위가 가장 쓸모없을 때라야 교단은 가장 은혜로울 수 있다는 역설의 진리를 교단 지도부와 재판위원들이 직시해 주기를 부탁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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