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십자가 지키는 ‘수호천사’
위험수당도 안 받고 솔선수범해 재능기부 나서
천안교회 비용 지원, 올해만 7개 교회 무상 수리

“가스 넣고 조금만 손보면 십자가가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는데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가나다광고’를 운영하는 남충희 장로(천안교회)는 본업 외에 한 가지 일이 더 생겼다.높이 치솟은 십자가를 무료로 수리해 주는 것이다. 그는 부러진 십자가를 수리하고 불이 들어오지 않는 십자가를 반짝반짝 빛나는 ‘새 십자가’로 교체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돈은 한푼도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본업마저 지장을 받고 있지만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에 이상이 생겨도 수리하지 못하는 작은교회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 수리는 정말 간단한 경우가 많은데도 못 고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 이 일을 시작했다. 남 장로는 “농어촌교회의 십자가에 불이 꺼진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십자가는 교회를 상징하는 것이고 진리의 등불과 같은 것이기에 무엇보다 빛되신 주님을 전하려면 십자가의 불부터 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재료비 등 최소한 경비만 받고 수리했다. 경남 통영 등 멀리서 수리를 요청하면 수리비보다 자동차 연료비가 더 드는 일이 많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남 장로의 봉사가 알려지면서 전국개척교회연합에서 요청이 쇄도했고, 그때도 어디든지 달려갔다.

아주 위급한 때도 있었다. 경기도 시흥에 있는 교회의 종탑이 넘어지기 직전에 남 장로가 달려가 무료로 수리한 적이 있었다. 두 번씩 출장가서 거의 새로 제작해 주다시피 했지만 비용은 받지 않았다. 교회에서 고맙다고 봉투를 내밀었는데, 봉투 속에는 2만 원이 들어 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최소 경비를 받았지만 돌아올 때는 마음이 찢어질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천안교회가 남 장로의 숨은 봉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교단에서 재능기부사업을 시작하면서 당시 긴급구호대 봉사대장을 맡았던 윤학희 목사가 “장로님은 재능을 기부하고 교회에서 수리 경비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20년 넘게 작은교회 목회자 초청 세미나를 개최해 온 천안교회에서는 작은교회를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교회와 손을 잡으면서 십자가 수리는 신바람을 탔다. 올해만해도 벌써 7개 교회를 무상으로 수리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봉사를 한 것이다. 그동안 최소 경비를 받고 돌아오는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되었지만 이제는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44년째 간판 제작과 수리를 해온 남 장로는 밧줄 타는 일, 높은 곳에 올라가는 일이 위험하고 때론 목숨마저 위협받을 때도 있지만 십자가가 바로 세워지고 불이 들어올 때 보람을 느껴 십자가 수리에 손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사실 높이 치솟은 십자가를 수리하는 일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고가사다리 등 장비를 부르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일이 높은 종탑에 직접 올라가서 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 장로는 “위험수당요? 그런 거 필요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치며 “안전벨트 하나면 충분합니다”라고 말한다.

남 장로는 올해 환갑이지만 앞으로 10년간은 더 작은교회의 십자가를 밝히는 수호천사의 자리를 지킬 생각이다. 문의:010-5422-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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