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등잔불을 켜 둘지며

임미영 박사(서울신대)
어둠을 밝히는 불의 사용으로 인간의 활동 영역은 낮뿐만 아니라 밤까지 연장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고대인들은 등잔에 기름을 담고 섬유를 엮어 만든 심지에 불을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미 주전 3500년부터 등잔용으로 대접을 이용했으며 후대에는 등잔용으로 만든 특수한 토기를 사용하였다. 고체의 동물 기름을 사용했던 주전 1900년 이전의 등잔은 납작한 접시 형태였다.

이후 등잔은 원형 그릇의 사방을 구부려 네모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식물성 액체 기름 특히 올리브 기름을 사용하면서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등잔은 둥근 그릇의 턱을 높이고 심지가 놓이는 부분의 주둥이를 더욱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액체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고안되었다. 등잔은 주로 벽감 안에 놓아두었으며 유적지 어디에서나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되었다.

성막과 성전 안에서도 등잔이 사용되었다. 일반 가정집의 등잔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메노라(menora)로 불렸던 등잔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등잔대는 상당히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율법에서 그 형태를 지정하고 있다(출 25:31~40).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성막에 순금으로 등잔대를 만들고 그 줄기에서 가지 여섯 개가 나오게 하라고 하셨다. 이 등잔대는 살구꽃 형상의 꽃받침과 꽃으로 장식되어졌다. 솔로몬 역시 정금으로 등잔대를 만들어 성전에 두었다(왕상 7:49). 이러한 전통은 신약 시대에도 지속되었다.

안타깝게도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전쟁 덕분에 우리에게는 어느 시대의 등잔대도 현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약 시대 기원전 1세기경 사용되었던 예루살렘 제사장의 집 벽면에 새겨진 등잔대는 우리에게 그 모습을 상상하게 해 준다. 또한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주후 70년 로마의 디도스 장군이 이스라엘을 점령했을 때 그는 이스라엘의 성전 안 기구를 승리의 기념품으로 가져가 버렸는데 이 중에는 성전의 등잔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여호와께 드려진 불에 사용된 기름은 순결한 기름이었다(레 24:3). 순결한 기름이란 넓고 편평한 암반에 열매를 깔아 으깬 후 뜨거운 물을 부어 위에 뜬 기름을 거둔 첫 번째 짠 가장 순수한 기름을 말한다. 성전의 등잔대에는 가장 값진 처녀 기름(Virgin oil)만 사용할 수 있었다.

레위기 24장 2~4절에 의하면 아론과 그의 자손 즉, 제사장은 이 등잔대에 순결한 기름을 사용하여 저녁부터 아침까지 여호와 앞에 항상 불을 켜두고 정리해야만 했다. 여로보암을 대항하여 싸우던 유다의 임금 아비야는 유다는 여호와의 계명을 지켜 성전에 저녁마다 불을 켠 것에 반해 여로보암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였다(대하 13:11).

그러므로 성전의 등잔불은 꺼지면 안 된다. 성전의 등잔은 어두움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여호와께서 성전에 계속해서 임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전의 불이 꺼지고 등잔대가 옮겨진 것은 이스라엘을 떠난 여호와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여호와의 임재를 위해서 현대 교회 역시 등불을 밝혀야 한다. 등불이 꺼졌을 때 교회가 더는 여호와의 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등불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기도라고 생각한다. 교회에는 제사장이 꺼지지 않게 정리하고 관리해야 하는 등잔불처럼 목사의 끊임없는 기도가 있어야 한다. 기도로 교회의 불을 지필 때 구약 시대 성막과 성전이 그랬던 것처럼 여호와의 임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교회는 생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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