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나 토바(좋은 한 해)

설은 월력을 기준으로 1월 1일이 되는 동양의 전통적인 명절이다. 유대교에도 우리와 유사한 명절이 있다. 로쉬 하샤나 즉 그해의 시작이라는 뜻을 가진 이 명절은 유대력에서 새해 첫날을 가리킨다. 보통 9월 중순경에 있는 로쉬 하샤나는 레위기 23장 24절을 근거로 하는 명절로 유대력 일곱째 달 첫날이다.

나팔을 불어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한국어로는 나팔절로 표현되곤 한다. 어떤 노동도 하지 말고 여호와께 화제를 드리는 명절이다. 나팔은 가축으로 키우는 양이 아닌 광야에서 자라는 야생 숫양의 뿔로 만든 것이다. 나팔의 등장으로 유명한 이야기는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사람들이 여리고를 함락할 때 마지막으로 불었던 장면이다.

이스라엘의 안식일과 명절은 항상 나팔을 불어 시작과 끝을 알렸다. 나팔을 불어 명절을 시작하는 전통은 현대 유대인들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새해 첫날 저녁 노을이 지면 긴 나팔 소리가 이스라엘 전체에 울려퍼진다.

우리가 새해 첫날 입버릇처럼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면서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누는 것처럼 이스라엘에서는 “샤나 토바(좋은 한 해)”라는 인사를 나눈다. 또한 온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는 우리의 전통처럼 이스라엘에도 로쉬 하샤나에 먹는 독특한 음식이 있다. 사과를 꿀에 찍어 먹기도 하고 붉은 석류를 쪼개 그 안의 씨들을 먹기도 한다.

이러한 관습은 달콤하고 풍요로운 한 해를 보내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특별히 석류는 신명기 8장 8~9절에서 이스라엘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과일 중 하나로 히브리어로는 림몬으로 아름답게 좌우 대칭의 조화가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쪼갰을 때 들어있는 과즙이 가득한 작고 붉은 씨앗들은 이스라엘에서 풍요를 상징하였다. 석류가 풍요를 상징하다 보니 종교적인 상징으로도 자주 사용되었다.

제사장의 옷을 장식하는 데도 석류 모양이 사용되었으며(출 28:33~34) 성전의 기둥머리를 장식하는 데도 거대한 석류가 사용되었다(왕상 7:20).“[성전의] 기둥 위에 놋머리가 있어 그 높이가 다섯 규빗이요 머리 사면으로 돌아가며 꾸민 망사와 석류가 다 놋이며 또 다른 기둥에도 이런 모든 것과 석류가 있었더라”(렘 52:22).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발견된 유물 중에도 석류 모양의 유물들이 있다. 토기로 구워 만든 석류 모양의 용기는 구멍이 전혀 없어 그릇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용기 안에 작은 돌이나 점토를 둥글게 말아 말린 것들이 들어 있어 흔들면 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학자들은 이 석류 모양의 용기가 성전의 제사에서 연주된 타악기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석류 모양의 유물중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의 것으로 값비싼 상아를 조각하여 만든 것이다.

예루살렘 이스라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석류 모양의 상아 중 하나에는 “여호와에 속한 성전의 제사장들에게 거룩함이”라고 조각되어 있어 세계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글귀는 고대 유물에 현대에 누군가 기록한 것으로 보여 기독교와 유대교에 실망을 안겨준 적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상아 유물들이 성전에서 제사장들이 손에 들고 사용했던 홀에 꽂혀 있었고 석류가 종교적 풍요의 상징이었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대교에서 새해 첫날 석류를 먹는 것은 성전과 제사장을 상징하는 종교적 풍요로움을 취하는 것이다. 새해 첫날을 시작하면서 붉은 석류의 과즙 같은 여호와의 풍요가 올 한 해 흘러 넘치길 기도해 본다. “샤나 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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