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임무 완수, 진정한 성결인

▲ 긴급구호단장 정연성 장로가 완공된 사랑의 집을 만져보며 흐뭇해 하고 있다. 고 정연성 장로가 끝가지 완수하려던 임무였던 사랑의 집짓기는 반타얀 섬 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다.

필리핀 재해구호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교단 부총회장 정연성 장로(천호동교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돌보기보다 맡은 사명을 감당하는 데 헌신했다.

12월 25일 성탄절 예배를 마치고 3박 4일간의 여행길에 오른 정 장로는 떠나기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정 장로는 긴급구호단 임원회의 결과에 따라 교단 긴급구호단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필리핀 긴급구호단에 합류했다. 

25일 인천공항 집결 시간은 오후 6시였으나 정 장로는 김경호 장로와 함께 가장 먼저 공항에 도착해 일행을 기다렸다. 긴급구호단은 이날 자정이 되어서야 필리핀 세부에 도착했고, 다음날 아침 7시 30분부터 모여 또 버스를 타고 3시간 30분, 하그나야 부두에서 또 1시간 30여분 배를 타고 반타얀 섬으로 이동했다. 작열하는 태양과 30도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 힘들 법도 했지만 정 장로는 불평 한마디 없이 아픈 몸으로 등받이도 없는 화물선의 불편한 좌석을 묵묵히 견뎌냈다.

어렵게 도착한 반타얀 섬에서의 일정도 녹록지 않았다. 긴급구호팀은 간단한 식사 후 바로 사랑의집짓기 입주예배를 드리러 오코이성결교회로 이동했다.

▲ 긴급구호단장 정연성 장로가 완공된 사랑의집 열쇠를 입주자에게 건네며 격려하는 모습.
당시에도 정 장로는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켰다. 설교에 앞서 본 교단의 긴급구호단장으로 사랑의 집 20채 입주 소감과 100채 완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 장로는 또 예배 후 입주자들에게 집 열쇠를 건네며 축하의 말을 전하고 쌀과 반찬 등이 가득 든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등 구호활동에도 앞장서며 필리핀 이재민들을 격려했다.

이후에도 뙤약볕 아래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본 교단의 후원으로 지어진 주택들을 둘러보며 생활에 불편은 없는지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는 현지인의 집에도 찾아가 기도해주고, 태풍에 가옥 전체가 무너진 집을 돌아보며 절실한 도움의 이유를 찾기도 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때가 되어서야 둘째 날의 긴급구호가 끝났다.

다음날은 더 분주했다. 아침식사 후 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필리마을로 이동했다. 정 장로의 건강상태로는 전날의 활동으로 이미 체력에 무리가 왔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 장로는 필리중앙교회에서 모든 것을 잃고 도움의 손길만 기다려온 현지인들을 위해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등 모든 일정에 빠짐없이 참여해 솔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 정연성 장로(왼쪽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가 구호활동을 펼치는 모습.

정연성 장로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기도하는 모습. (맨 왼쪽부터 한국교회연합 신광수 목사, 조일래 총회장, 우순태 총무, 김경호 장로)
27일 오후 반타얀 섬에서의 모든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정 장로는 하그나야로 출발하는 배에 승선했으나 도착 15분 전 배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배 안에서 지쳐 잠이 들어 있던 일행들은 ‘쿵’하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정 장로가 의자에서 떨어져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흔들어 깨웠으나 반응이 없었다. 심폐소생술도 했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부두에 도착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지만 정 장로는 다시 깨어나지 않았다. 

배를 타기 직전 구호활동을 벌이다가 기자가 물었다. “장로님, 몸은 좀 어떠세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요.” 정 장로는 미소를 보이며 “이제 더 괜찮아졌다”고 대답했다. 그때 환한 웃음으로 필리핀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그의 생전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필리핀 재해구호를 위해 순직한 정 장로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필리핀 구호활동이 더 큰 성과와 열매가 맺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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