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임무 완수, 진정한 성결인
필리핀 재해구호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교단 부총회장 정연성 장로(천호동교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돌보기보다 맡은 사명을 감당하는 데 헌신했다.
12월 25일 성탄절 예배를 마치고 3박 4일간의 여행길에 오른 정 장로는 떠나기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정 장로는 긴급구호단 임원회의 결과에 따라 교단 긴급구호단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필리핀 긴급구호단에 합류했다.
25일 인천공항 집결 시간은 오후 6시였으나 정 장로는 김경호 장로와 함께 가장 먼저 공항에 도착해 일행을 기다렸다. 긴급구호단은 이날 자정이 되어서야 필리핀 세부에 도착했고, 다음날 아침 7시 30분부터 모여 또 버스를 타고 3시간 30분, 하그나야 부두에서 또 1시간 30여분 배를 타고 반타얀 섬으로 이동했다. 작열하는 태양과 30도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 힘들 법도 했지만 정 장로는 불평 한마디 없이 아픈 몸으로 등받이도 없는 화물선의 불편한 좌석을 묵묵히 견뎌냈다.
어렵게 도착한 반타얀 섬에서의 일정도 녹록지 않았다. 긴급구호팀은 간단한 식사 후 바로 사랑의집짓기 입주예배를 드리러 오코이성결교회로 이동했다.
당시에도 정 장로는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의연하게 자리를 지켰다. 설교에 앞서 본 교단의 긴급구호단장으로 사랑의 집 20채 입주 소감과 100채 완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 장로는 또 예배 후 입주자들에게 집 열쇠를 건네며 축하의 말을 전하고 쌀과 반찬 등이 가득 든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등 구호활동에도 앞장서며 필리핀 이재민들을 격려했다.
이후에도 뙤약볕 아래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본 교단의 후원으로 지어진 주택들을 둘러보며 생활에 불편은 없는지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는 현지인의 집에도 찾아가 기도해주고, 태풍에 가옥 전체가 무너진 집을 돌아보며 절실한 도움의 이유를 찾기도 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때가 되어서야 둘째 날의 긴급구호가 끝났다.
다음날은 더 분주했다. 아침식사 후 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필리마을로 이동했다. 정 장로의 건강상태로는 전날의 활동으로 이미 체력에 무리가 왔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 장로는 필리중앙교회에서 모든 것을 잃고 도움의 손길만 기다려온 현지인들을 위해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등 모든 일정에 빠짐없이 참여해 솔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오후 반타얀 섬에서의 모든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정 장로는 하그나야로 출발하는 배에 승선했으나 도착 15분 전 배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배 안에서 지쳐 잠이 들어 있던 일행들은 ‘쿵’하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정 장로가 의자에서 떨어져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흔들어 깨웠으나 반응이 없었다. 심폐소생술도 했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부두에 도착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지만 정 장로는 다시 깨어나지 않았다.
배를 타기 직전 구호활동을 벌이다가 기자가 물었다. “장로님, 몸은 좀 어떠세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요.” 정 장로는 미소를 보이며 “이제 더 괜찮아졌다”고 대답했다. 그때 환한 웃음으로 필리핀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그의 생전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필리핀 재해구호를 위해 순직한 정 장로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필리핀 구호활동이 더 큰 성과와 열매가 맺어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