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피디의 '필름포럼'
영화 ‘블랙가스펠’, ‘블루 라이크 재즈’

음악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가을, 관객과 만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재즈를 소개한 영화 ‘블루 라이크 재즈’와 흑인 노예들의 한과 영혼을 노래한 ‘블랙 가스펠’이 그것이다.

재즈는 음악이지만 악보로 쓰기가 아주 어려워, 영혼의 언어에 훨씬 가까운 듯하다. 해방된 노예 첫 세대가 만들어낸 재즈는 자유로부터 출발한 음악이다.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유로운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으로, 종이에 담기 어렵다. 저마다 자기 느낌대로 노래하고, 저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손을 들어올린다. 그러기에 재즈는 기독교 영성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블루 라이크 재즈’의 저자 도널드 밀러는 말한다. 마찬가지로 흑인 노예들의 애달픈 삶과 영혼을 갈구하는 노래 ‘블랙 가스펠’은 선창자가 이끌면 따라 부르며 함께하는 이들이 신을 향한 마음으로 서로 교감한다.

재즈와 블랙 가스펠은 완전히 낯선 땅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흑인의 음악이며 둘 다 악보가 없다. 영혼과 육신이 갇힌 자(captive)들이 은밀하지만 자유롭게 신과 영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의 목소리와 귀로 전해주는 노래와 선율일지도 모른다. 이는 곧 예수님을 만난 기쁨을 목소리와 악기로 표현하는 예술의 한 형태이자, 주님과 관계 맺기의 시작이다.

영화 ‘블루 라이크 재즈’는 도널드 밀러의 자전적 에세이 ‘블루 라이크 재즈’를 스티브 타일러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도널드의 대학 생활을 소개하며, 교회공동체 안에서조차 소외감을 느끼며 방황하는 동시대의 젊은 크리스천 관객들을 예수님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영적 여행으로 이끈다. 이 여정을 시작으로 내 편에 주님이 서 주시기를 바라지 않고 우리가 주님의 편에 서 있기를 바란다고 영화 ‘블루 라이크 재즈’는 말한다.

기독교 영화 ‘블랙 가스펠’은 솔(soul)의 본고장인 뉴욕 할렘가로 ‘블랙 가스펠’을 배우러 떠난 배우 양동근, 정준, 김유미와 CCM 밴드 헤리티지의 솔 여행을 다룬 작품이다. 뉴욕 할렘에 도착한 양동근과 일행은 블랙 가스펠을 배우기 위해 오디션을 치른다. 앞으로 그들을 가르쳐야 하는 오디션 평가자들은 하나같이 현존하는 블랙 가스펠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다.

‘휘트니 휴스턴’의 어머니 ‘C. C 휴스턴’의 앨범을 프러듀싱한 호랑이 여군 출신 ‘위다’ 선생, 소프라노부터 베이스를 아우르는 음역을 모두 소화하는 케네디 목사, 백인의 피가 섞여 블랙 가스펠과 미국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닥터 콜린스 등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점은 악보 없이 노래를 배운다는 것이다. 선창자가 첫 소절을 부르면 이를 듣고 따라 부른다.

이때 서로에게서 영혼의 교감이 일어난다. 듣고 느끼며 마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과거 노예 시절 흑인들은 그들의 한과 삶을 달래줄 친구로서 예수님을 찾았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며 마음으로 신과 교감하는 행위 예술, 그것이 바로 블랙 가스펠이다. 이 여정에 참여한 순례자답게 배우들은 처음엔 그들이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들의 스승들을 통해 흑인들의 삶과 정신을 이해하고부터 점차 내면의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영화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헤리티지 멤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전해진 다른 무언가가 관객들에게 전이된다. 배우 양동근은 시사회에서 관객으로부터 영화에서 불렀던 가스펠 한 소절을 부탁받았지만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 노래는 거기에서 밖에 안 돼요. 돌아와서 불러보려고 했지만….’ 아마도 주님과 영적 교감을 느낀 소울들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영화 ‘블랙 가스펠’은 11월 개봉하며, ‘블루 라이크 재즈’도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