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12:16~21)

올해는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대풍을 맞았습니다. 태풍 한 번 안 불어 벼가 그렇게 잘 되었는데도 쓰러진 벼가 별로 없습니다. 밭에도 콩과 팥을 비롯하여 잡곡이 얼마나 잘되었는지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산에도 밤과 도토리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풍년 속에 농촌의 일손은 바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들에 나가 곡식 거두기도 버거운데 산을 지나다 보면 아람이 벌어 떨어져 있는 밤과 도토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한알 한알 줍다 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노구는 기진맥진하여 집에 돌아오면 그냥 쓰러집니다.

적당히 주우면 되는데 욕심이 생겨서 누가 더 주워갈까 시간가는 줄, 날짜 지나는 줄 모릅니다. 평상시 예배 한 번 빠지지 않던 이들이 예배를 잊어버리고 새벽에는 곤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거르지 않던 새벽기도를 못한다면, 오히려 풍년이 건강을 잃게 하고 영적 흉년을 만들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풍년은 축복입니다. 그런데 풍년이 욕심을 낳고 고달픔을 안겨준다면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풍성함에 취하여 풍성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줄 모르고 영적 빈곤 가운데 빠진다면 얼마나 불쌍한 사람입니까? 이런 사람은 오늘 본문 비유의 말씀 속의 어리석은 부자와 같은 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비유 속의 부자는 그해 소득이 풍성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출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염려가 생겼습니다. ‘이 많은 곡식을 어떻게 지킬까’하는 염려입니다. 왜! 이 풍성함이 자신의 미래의 행복을 지켜줄 것으로 여겼고, 이 풍성함만 있으면 영혼까지 평안할 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창고를 확장하기로 결심하고 그 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내적 만족과 성취를 보장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는 소유물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데 골몰하다가 정작 아무런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란, 만물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깨닫고 그분께 감사할 줄 아는 것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세상의 것을 많이 소유한 자가 아니라 가진 것에 자족하며 주신 이에게 감사로 영광 돌리며 바르게 쓰며 살아가는 자입니다. 

엄청난 수확을 얻은 부자 농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치 ‘부자와 나사로 비유’에 등장하는 부자처럼(16:19), 어떻게 하면 그 즐거움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을까 하는 데에만 집착했습니다.
예수님 당시는 로마 정부에 내야 하는 세금이 과중했기 때문에 추수를 해도 가난한 농부들은 오히려 빚만 더 늘어났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니 하나님이 기대 이상의 엄청난 복을 주셔서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곡식을 거두었다면, 더 큰 창고를 짓는 데 혈안이 되는 대신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풍성함을 얻게 하신 것은 자신의 배만 부르라고 주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유 속의 부자는 자기 배만 불리려고 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크게 진노하신 것입니다. 이 부자는 아직 하나님을 알지 못한 사람이요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이 부자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마태복음 19장 16~22절에 보면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물을 때 예수님은 계명을 지키라고 하십니다. “어려서부터 계명을 잘 지켰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그 청년에게 예수님은 “네가 온전하고자 하면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의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부자는 세상 창고에 많은 재물을 쌓아 놓은 사람이 아니라 만물의 주인이 하나님임을 알고 이 풍성함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내게 풍성하게 축복하심은 나를 통하여 하나님이 목적하심에 쓰게 하기 위함임을 아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원함대로 쓰는 것이 하나님 나라 창고에 쌓아 놓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 창고에 쌓는다는 것은 나눔입니다. 이 풍성한 계절에 주신 이에게 감사하며 내게 주신 풍성함을 없는 자들과 같이 나눔으로 하늘나라 창고에 쌓아 놓는 진정한 부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