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성경

최근 교회에 가는 성도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성경책을 들고 갈까? 대부분의 교회들에는 스크린이 있고 피피티로 성경과 찬송가를 띄워준다. 신학대학교 강의실에서 성경을 예제로 들 때 학생들은 성경 대신 스마트폰을 꺼낸다. 한 때 성경이 베스트셀러로 불리던 타이틀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성경을 소유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상위 5% 외에는 글을 읽지 못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성경을 굳이 소유할 필요도 없었다. 성경은 성전에서 제사장이 읽는 상당히 귀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성경 자체가 귀했을 뿐만 아니라 성경을 만든 재질 역시 귀한 것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손에 성경의 원본이 전승되지 않고 있어 진위성까지 위협받아 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1947년 사해에서 베두인 목동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주전 250년~주후 70년 사이에 기록된 사해사본은 우리에게 성경에 대한 진위 뿐만 아니라 고대 성경의 모습이 어떠했는지까지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사해사본에서 보는 것처럼 성경은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말 성경에는 예레미야가 바룩을 시켜 그의 말을 기록할 때 책에 썼다(렘 36:18)고 번역했지만 당시 이 책이라는 단어의 모습은 파피루스나 양피지 같은 보통 우리가 두루마리 성경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파피루스는 나일강 주변에서 자라는 갈대로 주전 2500년 이전에 이집트에서는 이미 종이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데 사용되었다. 이스라엘에서도 파피루스 조각들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성경의 일부도 파피루스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피루스는 잘 찢어지고 삭는다는 단점이 있어 보다 각광받는 재질은 양피지였다. 양피지는 양이나 염소의 털을 깎고 가죽을 벗겨 방부 처리를 한 후 말려서 사용한 가죽 재질의 종이를 말한다. 파피루스처럼 부서지지 않고 보다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은 훨씬 비쌌다.

성경을 만드는데 또 다른 재질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나무다. 한국어 성경은 에스겔 37:16에서 여호와는 에스겔에게 막대기 하나를 가져다가 글을 쓰라고 명령했다고 번역되었으나 히브리어로는 나무 하나로 이는 나무 판에 기록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예제는 이미 주전 1300년 경 터키 앞바다에서 난파한 배 안에서도 발견되었고 앗수르에서도 주전 8세기 경에 만들어진 나무판 책이 발견되었다.

두 유물 모두 사각형의 나무판을 상아 경첩을 이용해 서로 마주보고 접히도록 되어 있어 현대의 책과 상당히 유사하다. 글은 마주 보는 면에 철필을 이용해 파듯이 씌어졌는데 글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판 전체에 왁스로 코팅을 입혔다. 주전 8세기 경 앗수르 왕들의 벽부조에는 파피루스(사진)나 양피지 같은 부드러운 재질이나 나무판처럼 네모지고 가운데 경첩이 있는 딱딱한 재질에 전쟁에서 빼앗은 전리품을 기록하고 있는 내관들을 볼 수 있다.

고대 성경도 이러한 재질 위에 기록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귀한 자리에 귀하게 모셔놨을 것도 확실하다. 아마도 그 귀한 자리는 성전 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전 깊숙 어딘가에서 그렇게 잊혀졌던 성경(율법서)은 대제사장 힐기야에 의해 성전 보수 공사 중 발견되었다. 결국 요시야는 이스라엘 조상들이 이 책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고 이 책에 기록된 모든 것을 행하지 아니하였기에 여호와께서 내리신 진노가 크다는 것을 깨달아 이방신상을 부수고 종교개혁을 추진하였다(왕하 22장; 대하 34장). 성경은 더 이상 가격으로만 값비싼 것이 아니다. 그 안의 말씀은 더욱 값비싼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