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역사, 그 해석의 역사
깊고 폭 넓은 연구와 서술 … 성서에 대한 이해 높여

영국의 명문 출판사인 애틀랜틱북스는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오늘날 세계를 이루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명저 10권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성서’, ‘종의 기원’,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인권’, ‘전쟁론’, ‘국가론’ ‘국부론’, ‘자본론’, ‘군주론’, ‘꾸란’ 등이 그것으로, 이들 책의 전기를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필자 10명이 흥미롭게 집필했다.

‘성서’편은 세계적인 종교학자이면 베스트셀러 작가인 카렌 암스트롱에 의해 저술되었고 최근 배철현 박사(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 의해 ‘성서 이펙트’(세종서적)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히 성서가 어떤 책인지 또는 성서가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서’가 어떻게 연구되어 왔고 그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핀 성서에 대한 역사라 불릴 만하다.

우리가 익히 알듯이 성서는 구전의 역사를 거쳐 문서로 기록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오랜 기간 모아지고 거룩한 책으로 정리되는 정경화 과정을 밟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오늘의 신구약성서로 형성되기 까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번역과 랍비와 교부들, 학자들, 신비주의자와 경건주의자들, 성서비평가들, 그리고 오늘의 성서학자와 설교가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분석, 해석의 과정이 진행되어왔다. 카렌 암스트롱은 이 지난한 성서의 역사적 과정을 토라, 경전, 복음서, 미드라쉬, 자비, 렉치오 디비나, 오직 성서로만, 근대성 등 8개의 장에 걸쳐 간략하게 서술해 가고 있다.

유대교는 ‘성전’ 중심의 신앙이었고 ‘하나님의 말씀’ 즉 ‘경전 신앙’은 ‘성전 제사’가 불가능하기 시작했던 바벨론 포로기 시절 그 단초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주후 70년경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 유대교 학자들의 노력으로 ‘경전과 회당 중심의 신앙’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유대학자들은 전통적 종교의 모든 기억과 관행, 의식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해 힘썼고 경전(구약성서)에 쓰인 말씀을 끊임없이 새롭게 재해석했다. 그 과정에서 히브리 정경이 확립되었고 유대인의 신약성서라 할 수 있는 ‘미쉬나’와 그 주해인 ‘게마라’로서 탈무드가 형성되었다.

이른 시기 복음서가 형성되고 경전으로서의 신앙이 이뤄진 그리스도교는 ‘성서의 본 의미보다는 자신에게 다가온 영적 의미를 중요시’ 하고 ‘성서의 한 부분을 평화롭고 여유있게 음미하는 방식’인 렉치오 디비나를 중요시한 교부와 수도자의 시기, 그리고 ‘오직 성서로만’이라는 종교개혁의 표어를 탄생시켰던 성서를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고, 인쇄술과 더불어 성서를 모든 사람에게 돌려주었던 시기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오직 성서로만’의 원칙은 사람의 관심을 성서로 돌릴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언제든지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성서 본문을 찾아내어 사용’하는 시기를 가능케 했다. 정치와 지배의정당화, 가부장적인 내용, 폭력의 문제 등은 성서를 자기 목적에 따라 해석하는 방법으로 성서를 남용하게 했다. 노예제도의 옹호와 전쟁의 정당화 등이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카렌 암스트롱은 이러한 성서의 전 과정을 연구를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무시를 전하는 해석이 아니라 ‘자비의 원칙에 근거한 주석’을 요청한다.

“성서의 주석가는 언제나 본문의 가장 너그러운 해석을 찾아야 하며 성서를 과거의 정통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하기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다루는 성서의 역사, 성서 해석의 역사를 통하여 유대인과 그리스도인이 성서에 대해 수용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알게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해석의 틀, 지식의 틀에 갇혀 있고 자기 해석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실천적인 해석을 터부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저자의 주장에 100%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그가 성서해석의 역사를 통하여 던져 준 문제의식은 오늘 설교자와 성서를 보고 읽고 그 말씀대로 살기를 원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어떤 고민을 던져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카렌 암스트롱/세종서적/328쪽/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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