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하나님

성경 율법 속에는 두 가지를 섞지 말라는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너희는 내 규례를 지킬지어다 네 가축을 다른 종류와 교미시키지 말며 네 밭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며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지 말지며”(레 19:19)

“네 포도원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라 그리하면 네가 뿌린 씨의 열매와 포도원의 소산을 다 빼앗길까 하노라 너는 소와 나귀를 겨리하여 갈지 말며 양 털과 베 실로 섞어 짠 것을 입지 말지니라”(신 22;11)

시나이 반도 북쪽에 위치한 쿤틸렛 아즈루드(Kuntillet Ajrud 혹은 Horvat Teman) 유적지에서 실제로 양 털과 베 실로 섞어 짠 직조물이 발견되었다(사진). 이렇게 섞어 짠 직조물을 샤아트네즈(Shaatnez)라고 부른다. 이 유적지는 사막에 위치해 있던 대상인들의 휴식처로 다양한 민족의 장사꾼들이 오고갔던 곳이다. 이 유적지가 건조한 사막에 위치해 있었기에 왕국시대의 연대로 측정되는 100개 정도되는 옷감 조각들이 보존되어 발견되었다. 이 중에는 몇몇 아마 섬유 즉 베실과 양 털로 짠 섬유 조각들이 있었다. 직조와 관련된 여러 유물들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유적지에서 섬유 제조가 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섬유들을 비롯하여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주전 800년 정도로 연대가 추정된다. 위에서 언급한데로 베실과 양 털을 섞어 짜서는 안 되는 율법과는 반대로 이 유적지에서는 붉은 색으로 염색한 양털실과 밝은 푸른색으로 염색한 베실을 함께 짠 섬유 조각들이 발견되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은 걸까?

쿤틸렛 아즈루드라는 유적지의 성격상 우리는 이 질문에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쿤틸렛 아즈루드는 여러 민족의 장사꾼들이 지나간 덕분에 다양한 언어와 이방 종교의 흔적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학자들은 이 옷감이 반드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남겨놓은 흔적일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 적어도 신약 시대와 현대 유대인들의 모습을 살펴 볼 때 두 가지를 섞지 않는 율법은 오래전부터 항상 지켜져 왔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이런 복잡한 금지령을 율법에 굳이 넣으셨을까? 어떤 주석에서는 하나님은 순수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적은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며 순수하게 한가지만을 사용할 때 거룩함이 완성된다고 말한 것도 보았다. 그러나 좀 더 간단하게 본다면 어쩌면 이 율법은 하나님이 상당히 합리적인 분이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이 금지령은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두 종류의 서로 다른 동물을 교미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해괴망칙한 돌연변이를 낳을 것이다. 두 종자를 함께 한 밭에 뿌리면 한 가지도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나귀와 소가 함께 멍에를 메고 밭을 갈게 한다면 힘과 속도가 서로 다른 두 동물로 인해 농부의 작업이 오히려 엉망이 되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양 털은 울로 된 동물 섬유이고 베 실은 린넨으로 식물 섬유이다. 현대인들이 빨래를 할 때 울 성분의 섬유는 물에 담그지 않는다. 울은 물에 담그면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드라이크리닝을 위해 세탁소에 맡긴다. 울과 린넨을 함께 섞어 짰을 때 울이 줄어버린 경우 옷감의 모양은 뒤틀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때로 성서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장황한 혹은 감성적인 해석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인류 생활을 이해하시는 하나님은 합리적인 율법을 우리에게 제시하여 우리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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