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한국교회발전연구원 발표회에서 ‘기독교 예배 용어 연구자료’에 대하여 서울신대 조기연 교수(교회와예배분과 위원장)가 발표한 내용을 4회에 걸쳐 요약해서 싣는다.


제사, 제단, 제물 ⇒ 예배, 성단, 예물 : 구약의 제사장들은 사람들이 가져온 소나 양을 잡아 단 위에 두고 그것을 불살랐다. 이 제사는 모든 제물의 실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완성되었고, 신약시대에 들어 예배로 내용과 형식이 변화되었다. 그러나 현대 한국교회는 지금도 예배를 제사의 의미로 이해하고 말한다. 한국교회가 제의적인 문화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러므로 제사는 ‘예배’로, 제단은 ‘성단’으로, 제물은 ‘예물’로 바꾸어야 한다. ‘강단’도 ‘성단’이라 함이 적절하다.

영시(0시)예배, 자정예배 ⇒ 송구영신예배 : 영시(0시)는 하루가 끝남과 동시에 또 하루가 시작되는 밤 12시이다. 일 년 한차례, 연말연시의 0시에 드리는 예배를 영시예배나 자정예배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존 웨슬리가 새로운 해를 맞아 하나님 앞에 언약을 세우는 의미로 언약갱신예배(Covenant Renewal Worship)로 불렀고, 이 예배가 알려지며 날짜의 특성을 강조하여 야성회(Watch Night Worship)라는 이름이 나왔으며, 한국교회에서는 시각을 앞세워 0시 예배라 불렀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일을 가리켜 ‘송구영신’, 또는 ‘송영’이라 한다. 이 의미가 예배의 성격 및 내용과 일치하므로 ‘송구영신예배’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송영’은 ‘송구영신’의 준말이지만, 찬양에서의 ‘송영’과 동음이어서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도로 폐회합니다 ⇒ 기도로 예배(기도회)를 마칩니다. : 교회 안의 각종 회의에서 그 회의가 끝날 무렵 의장이 “○○○ 장로님의 기도로 폐회합니다” 같은 안내를 하는 것을 무의식 중에 예배에서도 사용한 것으로 예배가 회의가 아닌 이상 반드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예배의 시종을 의탁하옵고 ⇒ 주장하시고, 인도하시고 : 기도 마무리에 ‘예배의 시종을 하나님께 의탁한다’고 하는데 바람직한 표현이 못된다. 의탁은 내가 주도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그가 대신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야 할 이 예배를 도리어 하나님께 맡기고 나는 방관자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써야 한다면 “(하나님께서) 이 예배를 주장하시고” 또는 “이 예배를 성령님께서 인도하시고”라고 할 수 있다.

일요일(공일) ⇒ 주일 : 그리스도인은 일요일(공일)을 ‘주의 날’(계1:10)을 뜻하는 주일이라고 해야 한다. 교단 헌법의 예배와 예식에 주일이 안식일과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별도의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기도를 시작할 때 성경구절을 읽는 것 : 성경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전할 하나님의 말씀이고 기도는 하나님을 향하여 아뢰는 말이다. 기도를 시작하는 이들 가운데 마치 사람을 훈계하듯 설교처럼 기도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하나님께서 사람을 향하여 하신 말씀을 그 분께 다시 들려드린다는 일은 경우에 맞지 않다. 예수께서는 “아버지”를 부르라고 가르치셨다(마 6:9).

“지금은 처음 시간이오니”라는 말 : 기도를 마치는 즈음에 “지금은 처음 시간이오니 마치는 시간까지… ”라고 기도하는 이들이 있음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는 십중팔구 틀린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그 기도 이전에 이미 입례송, 묵상기도, 개회찬송, 성시교독, 신앙고백, 회중찬송 등의 여러 순서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 공로 의지하여 기도합니다’ ⇒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공로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라고 하셨고(요 1:12), 예수께서는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요 16:23)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예수님의 공로’를 의지하여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 또는 ‘그리스도를 통하여’기도하는 것이다.

도로아미타불, 신선놀음, 운수 등 기독교 신앙과 맞지 않는 용어 :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말들은 기독교 신앙과는 맞지 않으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이 용어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도로 아미타불’과 ‘공염불(空念佛)’은 본래 불교와 관계된 말이며, ‘신선놀음’은 편안한 삶을 가리키는 말이긴 하지만  초월적인 상상의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란 점에서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 또 ‘도사(道士)’는 도교에서 도를 갈고 닦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목사님은 길 찾는데 도사야” 같은 것처럼 성직자와 직분자를 비유해 쓰는 것을 삼가야 하며, ‘신주(神主)모시듯 한다’, ‘명당(明堂) 자리’ 등도 기독교 신앙에 어긋난다. 짓궂은 장난이나 심술궂은 짓할 때 쓰는 ‘도깨비 장난’이나 그날의 운세와 관련해 ‘일진이 나빠’라는 말이나 ‘귀신같다(이다)’는 표현, 모질고 사나운 운수를 담아 ‘액(厄)을 물리친다’, ‘액 땜한다’ 등도 피해야 할 말이다.
운수(運數), 운(運), 수(數), 재수(財數)와 이미 정해진 목숨이나 처리를 일컫는 ‘운명’ 등의 말이나 사주팔자, 민간 신앙에서 ‘집터를 지키는 지신’의 의미를 담아 쓰는 ‘터주’대감, 이사할 때 흔히 쓰는 ‘손 없는 날’ 등도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할 표현은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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