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포럼, “우리 안의 폭력 문화,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논의

OECD 국가 중 자살률 8년째 1위, 남양유업 사태, 대기업 임원의 항공기 승무원 폭행 등 지금 대한민국에는 ‘폭력’이 넘쳐나고 있다.

자신을 향한 폭력인 자살부터, 경쟁상대에 대한 폭력, 갑·을 관계가 만드는 사회적 폭력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폭력 문화의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곳곳에 만연한 폭력 문화의 문제를 진단하고, 한국교회의 시선으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신촌포럼(대표 이정익 목사, 위원장 강일구 총장)과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센터장 정재현 교수)가 공동으로 지난 5월 24일 연세대에서 제32회 신촌포럼을 개최했다.

‘우리의 폭력문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이무석 박사(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명예교수)와 김왕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가 발제자로 나섰다.

‘자신을 향한 폭력, 우울과 자살’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무석 박사는 자신이 자기에게 주는 정신적, 육체적 폭력인 자살과 우울증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자살과 우울증은 단지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성격적인 부분과 관련이 높으며, 지속적인 약물과 상담치료, 가족과 주변인의 관심이 있다면 3~6개월 안에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학적인 성격을 가진다.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적인 요인으로 문제를 진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이들은 그 문제의 원인을 전부 자신의 탓으로 돌려 더 깊은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또 이 박사는 우울증의 원인이 상실감에서 온다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우울증 발병 시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목회자 우울증’에 대해서 “감추지 말고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시험에 들까봐 우울증에 걸려도 제대로 내색하지 못하고 정신과 상담도 기피하는데 이는 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인간이기에 목사님들도 우울할 권리가 있다”며 “반드시 전문가를 만나서 지속적인 상담을 받아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울증이라는 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기에 목회자의 우울증에 대해 비판,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권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왕배 교수가 ‘폭력의 사회학’이라는 발제를 통해 가부장주의, 권위주의가 한국 사회에 팽배한 폭력문화를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일상 폭력이 관대하게 허용되는 문화가 있어 폭력이 더 많이 퍼졌다”며 “남성중심의 가부장주의의 전통과 권위주의 위계문화가 쉽게 허용되며 여성과 어린이를 자연스럽게 지배하고 억압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대두된 목표지상주의와 경쟁주의는 상대를 향한 폭력을 야기했으며, 폐쇄주의적 문화·정치 민족주의로 인한 폐쇄성, 획일화되고 억압적인 규율 등이 생명경시사상을 낳고 이것이 결국 자신을 공격하는 자살의 급증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폭력이 남기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치유 방법을 제안했다. △학교나 직장에서의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상담과 보상을 하는 ‘사회적 치유’ △폭력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인권교육, △현실적인 폭력예방과 처벌, 치유의 제도를 구축하도록 도울 시민운동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윤리경영과 인권 경영 등이 그것이다.

특히 사랑을 내세우는 종교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종교의 기본원리는 사랑과 평화이고 사랑이야말로 모든 폭력을 분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므로, 종교가 이러한 사회적 폭력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의 전 신촌포럼 대표 이정익 목사가 개회사를 전했으며, 위원장 강일구 총장이 포럼 소개, 종교와사회센터장 정재현 교수의 센터 소개 시간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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