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다문화 목회 사역 … “복음의 장막 터 넓히는데 노력”

이명직 목사 손자 이경구 목사
“지금은 큰 교단으로 발전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창립에 이바지하신 조부가 자랑스럽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계승된 신앙의 ‘지계석’을 옮기지 않고 장막 터를 넓히기 위해 더 섬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교단의 사부, 이명직 목사의 손자인 이경구 목사(44세, 일본명 오쿠라 마카토·사진)가 15년 만에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땅을 다시 찾았다. 이명직 목사의 40주기 추모예배에 참석차 방한한 것이다. 이 목사는 이명직 목사의 장남인 이종규 목사와 일본인 부인 오쿠라 기미에(목사, 82세)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명직 목사의 직계 후손으로 유일한 목사인 그는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일본인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그는 이명직 목사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지만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넘쳤다. 그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사진으로 본 할아버지는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성자처럼 인자한 모습을 갖고 계셨고 보는 눈매가 우아하고 자애가 넘치는 것 같았다”며 사진 속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또 “제가 갓난아기 때 할아버님은 저를 무릎 위에 앉히시고 귀여워 하셨고, 자애로운 모습으로 오래 바라보고 계셨다는 사실을 듣고 자랐다”며 할아버지를 추모했다. 

이명직 목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이 목사는 “한국에 와 보니 할아버지를 존경하고 평가해 주시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면서 “저를 초청해 주신 것도 전적으로 할아버지의 업적일 뿐이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사실,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아버지를 잃고 일본인 어머니 품에서 자라난 그의 삶은 기구하고 불행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철저한 기독교 믿음 안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 오쿠라 기미에 목사는 1971년 그를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직 신앙으로 그를 키웠다고 한다. 

“어머니는 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앙을 보여주셨습니다. 새벽마다 아무도 없는 강단에서 혼자 기도하시던 모습이 선하네요. 마코토(信)라는 저의 일본 이름도 신앙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87년부터 91년까지 미국 테네시주 터스쿨럼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그는 인도 여행 중 ‘하나님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일본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온 동경성서학원에 입학하게 됐으며, 졸업 후에는 가고시마에서 목회하다가 ‘일본어가 가능한 목회자를 보내달라’는 OMS측의 요청으로 미국 샌디에이고로 건너갔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라고 고백했다. 해군기지가 위치한 그곳에서 자신처럼 다문화 가정을 돌보게 됐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제가 한국인 아버지를 두고 일본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미국에서 공부한 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고,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문화와 깨진 가정을 돌보게 하신 것은 불가사의한 하나님의 섭리고 은혜이다”라고 고백했다.

이런 그는 “이제 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는 한-일 두 나라의 교회를 잇는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직 목사의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난 만큼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로 계승된 지계석을 옮기지 않고 복음의 장막 터를 넓히는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