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정확한 타깃 맞춘 기획 등 발전 이뤄야 … ‘관객’으로 문화선교 동참도 필요

“관객 1만명을 기록하면 감독님이랑 배우들과 함께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하겠습니다.”

배우 성유리가 영화 ‘누나’ 언론 시사회장에서 ‘공약’을 내걸었다. 독립영화들의 최소 손익분기점이라고 여겨지는 관객 1만명을 돌파하면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것이다. 1천만 관객 영화가 한해에 두 편이 나오는 요즘, 작은 영화들은 1만명 돌파를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대부분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기독교영화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유난히 찬바람이 불었던 기독교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올해는 어떤 결과를 낼까. 새해, 기독교 영화계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독교영화(기독교 색채가 뚜렷하거나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작품)의 흥행 기록은 아쉬움을 남겼다. 배우 최수종 씨의 재능기부로 주목받은 ‘철가방 우수씨’는 대기업의 배급으로 야심차게 상영을 시작했지만 관객몰이는 신통치 않았고 한경직 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한경직’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10여년의 제작기간 끝에 선보인 3D애니메이션 작품 ‘리틀 제이콥’은 관객 2천여명을 기록했다. 예약 상영제라는 이색 상영방법으로 비용을 최대로 아꼈던 이 영화는 현재 DVD 제작을 예정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첫 기독교영화로 영화 ‘누나’가 개봉돼 현재 13개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기독교 영화로는 흔치 않은 극영화인데다, 기독교 가치관을 영화 속에 잘 녹여낸 완성도 높은 수작으로 일반 언론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입소문이 퍼지지 않아 기대치보다 흥행 기록이 느려 아쉬워 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실 기독교영화계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랫동안 침체된 기독교 영화 시장에서 꾸준히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흥행면에서 좋은 기록을 세운 영화는 손에 꼽힌다. 지난 3년간 관객을 만난 기독교 영화는 수십편, 이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록을 세운 작품은 기독 다큐멘터리 ‘소명’, ‘회복’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관계자들은 구조적인 한계를 원인으로 진단한다. 안정된 배급사, 홍보사 부재로 상영관 잡기도 힘들고, 제대로 영화를 알릴 기회도 없다는 것이다. 선교차원에서 상영관을 기부하는 일은 있어도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는 드물다보니 결국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영화 상영도 멈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역시 완성도다. 특히 관객들의 이목을 끌 ‘이야기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여겼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관객들을 사로잡을 재미나 슬픔 같은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기독교 영화는 ‘스토리텔링’에 취약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분명한 타깃 설정도 기독교 영화에 필요한 점이라는 지적이다. 교회, 교인 대상의 영화인지, 선교를 목적으로 한 영화인지 타깃을 분명히 해야 이것이 결국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소명’과 ‘회복’은 철저하게 기독교인들과 플러스 알파(비기독교인)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기독교 안에서 좋은 반향을 일으키며 선전했던 것을 보면, 정확한 타깃 설정이 지금 기독교 영화들에게 절실함을 알 수 있다. 기존 극영화들과 다큐멘터리들이 정확한 대상을 설정하지 않고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작품으로 홍보에 나선 결과, 양쪽 모두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또 기독교 영화를 직접 찾아가서 보고 즐기려는 기독인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영화 ‘소명’의 신현원 감독은 “좋은 영화를 소비해주는 것도 좋은 선교 방법”이라며 “수익이 창출되는 영화는 결국 영화제작으로 이어지므로 계속 관심을 갖고 사랑을 해주시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관심을 요청했다.

기독교 영화를 집에서 교회에서 ‘공짜’로 상영하는 시대는 끝났다. 좋은 기독교 영화를 오래 볼 수 있도록 직접 표를 사서 더 자주 영화관으로 향하자. 이것이 문화선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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