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겨진 사모들의 눈물
목회 헌신하느라 재산도 없고
시무 교회 ‘나몰라라’ 경우도
경력단절로 일자리 쉽지 않아
주로 요양보호사-가사도우미
공제회-안나회서 도움 받지만
정서불안 등 심리적 고통 더 커

최근 젊은 목회자들의 갑작스러운 소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남겨진 목회자 유가족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이자 든든한 목회 동역자를 갑작스럽게 잃은 홀사모들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올해도 50대 초중반의 목회자가 질병 등으로 소천한 이들이 여럿 있다. 목회자의 소천은 단순히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홀로 남겨진 사모와 유가족은 경제적·정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만, 현실은 철저한 방임과 무관심에 방치되어 있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아픔과 함께 홀로 남겨진 이들이 겪는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23년 해외 선교사로 17년을 사역한 남편이 어느 주일 저녁에 심장마비로 소천했다. 당시 사모는 49세, 세 아이 중 둘은 중고등학생이었다. 타국에서의 비보는 애도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비자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남편이 없으면 비자 갱신을 할 수 없어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그녀는 “남편이 갑자기 떠나 실감도 나지 않았지만, 한국에 와서 아이들 학교 문제 등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고 토로했다. 17년간 해외 생활하다 갑자기 귀국하니 살 곳이 없어 시댁으로 들어갔고, 지금도 자녀들과 한방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오랜 경력 단절로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해 현재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 사역했던 한 사모도 같은 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남편을 보냈다. 미자립교회 목사였던 남편은 은퇴 후를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남겨진 아내(당시 49세)는 현재 대전에서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며 방과후교실 보조교사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경북서지방회의 배려로 두 달 동안 이사 준비할 말미를 얻을 수 있었고, 지방회 목회자들이 통 큰 지원을 해줘서 급한 부채를 해결하고 월세 보증금도 마련할 수 있었지만, 현재 아르바이트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모는 “목사님이 돌아가신 후, 1년 넘게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아이들이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제는 아이들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교회를 지키던 남편을 보낸 사모(55세)도 있다. 그녀의 남편은 오로지 교회를 재건축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오랜 시간 교회 건축에 매달리다 건강 악화로 이어져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사모는 다섯 자녀를 두었는데, 막내아들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입대를 앞두고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렇듯 목회자 유가족들은 하루아침에 힘겨운 삶으로 내몰린다. 그러나 시무하던 교회나 교단적인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사망한 사람들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으며, 정부로부터 연금과 학자금 지원, 취업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교회를 위해 헌신하며 사역하다 소천한 목회자들도 ‘순직자’로서 인정받을만 하고, 남은 가족들 또한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무하던 교회에서 유족 생계비를 지원해야 하다는 의식은 있지만 실제 지원은 미흡하다. 대개 퇴직금이나 위로금을 조금 받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싶어도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거나 고인의 사역을 헛되게 할 것 같아 속으로만 삭히는 유족이 많다.

홀사모들의 가장 큰 문제 고민은 ‘생활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목회자가 사망하면 사례비가 중단되면서 생계유지가 어렵다. 특히, 거주할 집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남편을 잃은 날벼락을 맞은 상황에서 새로 부임하는 목회자 가족을 위해 서둘러 사택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평생 사택에만 살다 보니 무주택자가 많고, 월세나 전세를 얻을 돈도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남편만 바라보며 목회를 돕던 아내들은 슬픔을 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당장 남아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막막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사모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도 경력 단절과 사회생활 경험 부족으로 취업이 어렵고, 설사 일자리를 구해도 안정적이거나 고소득 직종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은 대체로 요양보호사,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 자격증 취득이 비교적 쉬운 직종에 종사하는데. 소득이 낮고 고된 일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홀사모 평균소득, 최저 생계비도 못미쳐
실제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가 2022년 발표한 ‘목회자 유가족 생활 실태조사’ 결과는 홀사모님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수치로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 유가족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152만 3,363원으로, 2022년 2인 가구 최저 생계비(195만 6,051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또한, 경제활동을 하는 홀사모들조차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유가족을 돌보는 1차적인 책임은 개교회에 있다. 교회를 위해 헌신한 목회자의 유가족을 돌보는 것이 신앙 공동체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후임 목회자와 소속 교회는 교회 재정에서 유가족 지원비를 책정하고, 유자녀 장학금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천한 목회자가 작은 교회에서 사역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개교회 사정도 좋지 않아 지속적인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데도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총회 차원에서 체계적인 홀사모 지원책은 거의 전무하다.

다행히 서울신대 총동문회 상조회에서 상조회원들에게 최소 1,000만원에서 2,600만원까지 일시금으로 조의금을 지급하고 있고, 총회 사회복지부와 전국교역자부인회에서도 매년 1,000만원 이상 홀사모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일시적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가입률 낮아 큰 도움 안돼
교역자 연금이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큰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역자 연금은 은퇴 후 노후를 대비한 연금으로 갑작스러운 소천 시에는 일시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 금액도 많지가 않다. 또한 대개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금이나 개인연금에 가입한 경우도 적어서 갑작스러운 죽음에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목회데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가입한 목회자는 77% 정도이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2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목회자 월평균 사례비가 185만 9,000원에 불과하고, 미자립교회 목회자는 평균 41만 3,000원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연금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  

각 교단에서 운영하는 연금제도도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예장 통합, 합동, 고신 등 장로교단은 가입 기간이 20년 미만일 경우 본인이 납부한 금액에 3% 내외의 이자를 더한 일시금을 지급하고 있다. 감리교는 장례비와 특별위로금을 지급한다.  한국교회 중 교역자 연금제도가 있는 곳은 7개 교단뿐이고, 그마저도 가입하지 않은 목회자가 많다. 초교파적으로 교단 연금 가입률은 48%에 불과하다.

공제회 특별유족연금 10년간 매달 지급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교단의 경우는 교역자공제회에서 특별유족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제회는 현재 은퇴하지 않은 목회자가 소천하면 연금을 낸 액수에 따라 매달 18만원-30만원씩 10년간 홀사모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전에는 은퇴 전에 남편 목회자가 소천하면 홀사모가 살아있는 평생 유족연금을 지급했지만 2001년 이후 연금 제도를 개혁하며 10년간 지원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특별한 점은 공제회에 가입한지 한 달만 지나도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한 자녀가 어릴 경우에는 20살이 될 때까지 지급한다. 

상실감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도 커
 경제적 어려움보다 견디기 어려운 큰 아픔은 정서적 고통이다.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해 유가족은 극심한 슬픔과 상실감을 겪으며,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초래하고, 이는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목회자의 사망 이후 주변의 미묘한 반응과 거리감으로 고립감을 느끼고, 사후 보상 등의 문제로 교회와 갈등을 겪어 배신감이나 허탈감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무엇보다 남겨진 목회자 자녀들의 정서적 아픔과 신앙적 갈등의 문제도 크다. 

헌신적인 아버지를 지켜보며 성장한 자녀들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앙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게 된다. 실제로 대학 재학 중 아버지가 소천한 한 자녀는 “교회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교단과 교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된 자녀들은 “그렇게 헌신적으로 섬겼는데, 교회가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많다. 

유가족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따뜻한 위로와 실질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교회와 공동체가 유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해야 하며, 상담과 돌봄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나회’는 장학금, 공제회는 생활비 지원
현재 개교회에서 챙기지 못하는 이 부분은 지금 홀사모 모임 ‘안나회’가 하고 있다. 
목회자 소천 소식이 들리면 회장 원찬옥 사모를 비롯한 임원들이 어디든 달려가 심방하며 그 마음을 위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홀사모들이 서로를 보듬고 격려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한 현재 110명 가량 회원이 있는데 이 홀사모 자녀들 중 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매년 1200-1300만원을 지원한다. 홀사모나 자녀가 신학을 공부하거나 목회를 하게되면 이 또한 지원하고 있다. 

교단과 교회는 남겨진 홀사모들이 절망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보듬어야 한다. 이들을 향한 교회의 섬김은 곧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