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집 교회는 거룩한 하나님의 집이다. 하나님의 집이 바른 용도로 사용되지 못할 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약 성경에서 처음 하나님의 집을 지정한 사람은 야곱이다. 야곱의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형의 축복을 빼앗았기에 그의 눈을 피해 하란에 있는 라반의 집으로 떠나는 장면은 긴박감이 감돈다. 그리고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잠든 장소에서 그는 하나님의 사자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보았고 거기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 최고의 축복을 받는다(창세기 28:11~22).

아마도 기독교인이라면 야곱처럼 하나님을 만나고 축복 받는 시간이 단 한 번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도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야곱은 한 번이 아니라 이후에도 하나님의 사자와 만나 새로운 이름까지 받으니, 참으로 축복 받은 자임에 틀림없다. 그의 축복은 분명 여기 처음 하나님을 만난 장소에서 시작되었다. 잠이 깨어 일어나 그가 처음 한 일은 이곳이 하나님의 집 즉 벧엘임을 깨닫고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부어 거룩하게 했다.

그리고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라고 약속했다.

야곱이 돌기둥을 세우는 관습은 고대 가나안과 중동 지역의 전통에 있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돌을 이용하여 신상을 세우는 것이다. 신상은 신의 모습이나 상징을 돌에 조각하여 세우기도 하지만 돌 자체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신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야곱의 시기로 보여지는 중기 청동기 시대 그리고 이후 후기 청동기 시대 게셀이나 하솔 같은 장소에서 돌을 세워 신의 임재를 의미한 유적들이 발견된 바 있다(그림1. 게셀 성소). 야곱이 돌을 세운 이 시기는 아직 이스라엘의 율법이 완성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가나안의 전통에 따라 하나님이 여기 계시다는 의미로 세웠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또 다른 전통은 쿠두루라는 돌을 세우는 전통으로 야곱의 돌은 이 전통과 보다 관련이 있어 보인다. 쿠두루는 기원전 16~12세기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카시트인들 사이에 유행하던 전통으로 돌을 세워 영토의 경계선을 표현하는 것이다(그림 2.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쿠두루). 쿠두루에는 영토의 주인과 이 영토를 누구에게 하사 받았는가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 영토가 계약을 보호하고 확실케 하는 신의 상징들이 기록되어 있다. 만약 이 계약을 파기할 때 신의 저주가 있으리라는 것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관습은 창세기 31:43~55에 야곱과 라반이 돌기둥을 세워 계약을 맺는 장면에서도 묘사되고 있다). 야곱은 꿈속에서 들은 하나님의 축복을 기억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곳이 하나님의 영토임을 확신하였고 그 표시로 돌기둥을 세웠을 것이다. 그리고 여호와에게 그를 보호해 준다면 반드시 여호와의 것이 되리라는 계약을 맺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야곱으로 그의 약속을 지키게 하셨다는 것이다(창세기 35:1~7).

야곱은 이방 신상들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만을 경배할 것을 약속하며 벧엘에서 제단을 쌓았다. 벧엘은 이제 거룩한 하나님의 집이 되었고 이스라엘 민족 사이에 성소의 역할을 하였다. 우리는 교회의 첫 번째 역할이 무엇인지 기억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다. 혹 과거 이스라엘에서 그랬던 것처럼 거룩한 벧엘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면 성령께서 역사하시기 참으로 곤란한 장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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