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났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가수 정훈희가 1979년 <칠레 가요제>에 참가해 ‘오늘처럼 아름다운 날’(Un Día Hermoso Como Hoy) 이란 스페인어 번안곡을 불러 최우수 가수상을 받은 ‘꽃밭에서’라는 노래의 첫 소절이다. 화창한 봄날 산과 들에 아름답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의 꽃을 보면서 그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궁금함은 이미 철학이며 시가 아닐까.

▨… 우리는 예배의 자리에서, 주는 저 산 밑의 백합, 빛나는 새벽별이라며 즐겨 찬송한다. 교회마다 강단에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백합꽃이 장식되는 부활절 아침. 오늘날의 그리스도인 가운데 백합의 고운 빛과 향기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저 별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가시에 찔리고 찢어진 꽃잎에서 진한 향기가 풍겨 나오고 동남풍이든 서북풍이든 모진 바람에 실려 그 향기가 더 멀리 간다는 것을 묵상하는 이들은 있을까. 

▨… 이봉조가 곡을 쓰고 이종택이 가사를 쓴 <꽃밭에서>는 세종실록 의 편찬에 참여하고 대사성 등을 역임한 문신 최한경의 저서 반중일기 에 실린 시 화원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벼슬을 하기 전 풋풋한 유생시절, 어릴 때부터 애틋하게 그리워하던 고향의 한 소녀를 생각하며 쓴 것이라고 한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坐中花園 瞻彼夭葉)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兮兮美色 云何來矣)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灼灼其花 何彼矣).

▨… 광학적(光學的) 눈에 보이는 물리적 현상은 여전하여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성, 가치관, 세계관에 의해 각기 달리 인식된다. 그리는 마음과 이별의 아픔을 겪는 이의 마음이 서로 다르고, 다양한 경험이 나이로 축적되는 과정에서 그때마다 사물과 상황을 보는 인식 체계가 다를 것이다. 어디에서 왔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노라면 또한 어디로 갈까하는 궁금증도 생길 터. 여기에서 종교, 곧 교회의 역할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 사람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길을 찾고 있는데.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싸인 길/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그대여 힘이 돼 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그대여 길을 터 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유재하). 십자가의 죽음과 빈 무덤의 부활로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다.”라는 진리를 몸소 보여주신 그분을 찬양하기 전에 먼저 나는, 교회는, 정말 죽었는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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