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부터 다음날 무덤에 드시기까지
생생한 고난의 행적을 따라 묵상하는 기회로 

고난주간을 앞두고, 특별히 거룩하고 의미 있는 ‘성 금요일’ 하루를 보다 현장성 있게 묵상하기 위해 사건을 순서에 따라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그 하루는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저녁까지이다. 요한은 해가 지면서 하루가 시작되는 유대시간이 아닌 현대와 같은 로마시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짚어둔다. 이루어진 일들은 가급적 순서에 따라 정리하고 해당 성경구절들을 소개하며, 관련된 논쟁점은 가능한 간략히 다루도록 하겠다.

 

목요일 저녁부터 밤까지
▸유월절 식사를 하시다(마 26:20-25; 막 14:17-21; 눅 22:14-18; 요 13:1 이하). 
▸식사 중간에 “세족식”을 행하시다(요 13:3-11).
식사와 연결하여 첫 “성찬식”을 거행하시다(마 26:26-29; 막 14:22-25; 눅 22:19-23).
▸가룟 유다가 나간 후 제자들을 향해 마지막 긴 설교와 기도를 하시다(요 13:31-17:26).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할 것을 예고하시다(마 26:31-35; 막 14:27-31; 눅 22:24-34; 요 13:36-38).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시고 감람산으로 가는 어간에, 제자들과 베드로의 부인에 대해 말씀하신다. 이 사건을 마태와 마가는 감람산으로 출발하신 이후에, 누가는 감람산으로 출발하시기 전에, 요한은 마지막 설교 중에 이루어진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마태/마가가 사건을 시간 순서에 따라서만 배열하고 있지 않는 특성을 감안할 때, 이 부인의 예고는 감람산으로 출발하신 이후보다는 그 이전 시점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감람산으로 가시다(마 26:30; 막 14:26; 눅 22:39; 요 18:1). “습관을 따라”(눅 22:39)와 상응하여 요한은 “그곳은 가끔 예수께서 제자들과 모이시는 곳”(요 18:2)이라고 하였는데, 여기 “가끔”으로 번역된 헬라어는 polakis로서, 그 정확한 뜻은 “종종”, “자주”이다.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다(마 26:36-46; 막 14:32-42; 눅 22:40-46).
▸잡히시다(마 26:47-56; 막 14:43-49; 눅 22:47-53; 요 18:2-11).
▸제자들이 다 도망하다(마 26:56; 막 14:50-52).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새벽까지
▸안나스에 의해 먼저 심문을 받으시다(요 18:12-23). 마태와 마가는 안나스와 가야바의 두 심문을 가야바 심문으로 묶어서 기록하고 있고, 따라서 베드로의 세 차례 부인도 가야바 심문 후 연속으로 기록한다. 반면에, 요한은 가야바 이전 대제사장으로서 여전히 실권이 막강했던 가야바의 장인 안나스(AD 6-15)의 심문이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했다고 여긴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먼저 그 심문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가야바의 심문은 간단히 다룬다. 베드로의 세 번의 부인에 관해서는, 두 번의 부인 후 세 번째 부인까지의 간격을 마태/마가는 “조금 후에”(마 26:73; 막 14:70)라고 하고, 누가는 “한 시간쯤 있다가”(눅 22:59)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각 부인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시간 공백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와 맥을 같이하여, 요한은 안나스 심문 시 베드로가 첫 번 부인을 하였고(요 18:15-18), 그다음 두 번의 부인은 안나스 심문이 끝나는 시점 또는 가야바 심문 때 이루어졌음을 증언한다(요 18:24-27).


▸가야바에 의해 심문을 받으시다(마 26:57-75; 막 14:53-72; 눅 22:54-62; 요 18:24-28).

 

금요일 이른 새벽부터 아침까지
▸산헤드린의 최종결정이 이루어지다(마 27:1-2; 막 15:1; 눅 22:66-71). 안나스와 가야바의 심문이 끝난 직후, 모든 대제사장을 포함한 공식 산헤드린 공회에서 예수를 빌라도에게 넘겨주기로 결의한다(마 27:1; 막 15:1; 눅 22:66-71). 시각은 “새벽”(마 27:1; 막 15:1) 또는 “날이 새매”(눅 22:66)이다. 그후 빌라도 앞에 서셨을 때의 시각도 “새벽”(요 18:28)이고, 최후 언도의 시각은 여섯 시(요 19:14)였음을 감안할 때, 예수께서 산헤드린 공회에 서신 시각은 아주 이른 새벽 즉 새벽 4시 어간으로 추정할 수 있다. 


▸ 빌라도의 간단한 예비 심문이 이루어지다(눅 23:1-7). 빌라도의 심문은 “날이 새매”(눅 22:66), “새벽이라”(요 18:28)라는 표현과 그 이후 사건의 전개 및 시점 기록(요 19:14 “제 육시”)과 연결하여 볼 때, 밤이 막 지난 아주 이른 새벽 즉 새벽 5시경에 시작되었다. 마태, 마가, 요한은 헤롯 심문 전에 있는 빌라도의 이 예비 심문을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지 않은데, 예비 심문의 가능성은 막 15:1-5절과 요 18:28-19:1절에서 볼 수 있다.

▸헤롯의 짧은 심문이 이루어지다(눅 23:8-12).


▸빌라도의 본 재판이 진행되다(마 27:11-26; 막 15:1-15; 눅 23:13-25; 요 18:28-19:16). 예수께서 빌라도 앞에 최후 판결을 위해 서셨을 때인 “제 육시”(요 19:14)는 유대력이 아닌 현대 시간 개념으로서, 즉 아침 6시이다. 이 시각을 유대시각으로 이해하면 밤 12시나 낮 12시가 되어야 하는데, 밤 12시는 빌라도 관정으로 끌려가시기도 한참 전이고, 낮 12시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고 계신 시간이기 때문에 둘 다 불가능하다. 관련하여, 요한복음은 유대시간이 아닌 로마/현대시간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그런 시간개념은 요한복음 전체에 적용된다. 한편, 요 19:14절의 “이날은 유월절의 준비일”이란 말은 유월절 명절 중에 들어와 있는 안식일의 준비일이란 뜻으로,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저녁까지인 안식일 전날을 지칭한다.

 

금요일 아침부터 오전 9시까지
▸채찍질 당하시다(마 27:26; 막 15:15). 요한이 기록하고 있는 빌라도 재판 중간에 있었던 채찍질(요 19:1)과 별개로, 모든 재판이 끝난 후 십자가형으로 넘겨지시기 전에 채찍질 당하신 사건이다.
▸희롱당하시다(마 27:27-31; 막 15:16-20).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오르시다(마 27:32; 막 15:21; 눅 23:26-32; 요 19:17).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골고다에서 양쪽의 강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시다(마 27:33 이하; 막 15:22 이하; 눅 23:33 이하; 요 19:18 이하).
▸예수를 욕하던 두 강도(마 27:44; 막 15:32) 중, 한 강도가 정오 전에 믿음의 고백을 하고 은혜를 입다(눅 23:39-43).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온 땅에 어둠이 임하다(마 27:45; 막 15:33; 눅 23:44).
▸예수의 죽으심과 함께 성소 휘장이 위아래로 찢어져 둘이 되고, 지진과 함께 무덤들이 열리며 자던 성도들이 많이 일어나다(마 27:50-53; 막 15:37-38; 눅 23:45-46).
▸백부장과 십자가 옆의 사람들이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다(마 27:54; 막 15:39; 눅 23:47). 금요일 오후 3시부터 저녁까지
▸십자가에서 내려지셔서 무덤에 안치되시다(마 27:57-61; 막 15:42-47; 눅23:50-54; 요 19:38~42).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내려지셔서 무덤에 안치되신 시간은 “저물었을 때”(마 27:57; 막 15:42))이지만 아직 여전히 “안식일 전날”(막 15:42)이어서, 안식일로 넘어가는 금요일 밤이 되기 직전 시간이다. 요한복음에서도 “이날은 준비일이라”(요 19:31, 42)고 두 번 명시하고 있고, 누가는 “이날은 준비일이요 안식일이 거의 되었더라”(눅 23:54)고 명확히 하고 있다. 유대인의 안식일이 시작된 금요일 밤에는 “예수 십자가 고난”의 모든 상황은 종료되어 있고, 예수의 시신은 무덤에 안치되어 계시다.

 

그 이후
죽으신 예수의 부활까지의 시간에 대해서 베드로는 예수께서 음부에 내려가셔서 선포하셨다고 증거한다(벧전 3:19). 한편, 예수께서 안치되신 것을 본 여인들은 돌아가 향품과 향유를 준비하였는데(눅 23:56), 더 정확히는 “안식일이 지나매”(막 16:1) 즉 토요일 해가 진 후에 물품을 사두었다가, ‘안식 후 첫날 새벽 일찍 해 돋을 때’(마 28:1; 막 16:2; 눅 24:1; 요 20:1) 즉 주일 새벽 이른 시각에 무덤을 찾아가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 뵙게 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