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등 책임 1위는 ‘정부’
‘용서’ 기독교 핵심 가치지만…‘값싼 용서’ 경계

2월 26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에서 진행된 ‘우리 사회의 갈등·용서·화해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 조사’ 발표회.
2월 26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에서 진행된 ‘우리 사회의 갈등·용서·화해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 조사’ 발표회.

기독교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 이념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가장 심각하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갈등 책임의 주요 주체로는 ‘정부’를 1순위로 꼽았고 ‘국회’, ‘언론’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용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용서는 경계했다.

이음사회문화연구원(대표 고재백 교수), 에이치투그룹,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2월 26일 발표한 ‘우리 사회의 갈등·용서·화해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는 비율은 92.1%로 기독교인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경제적 차이에 따른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79.2%, ‘지역 간 갈등’ 71.5%, ‘젊은이와 고령자 간의 갈등’ 65.3%으로 응답자 3명 중 2명이 세대, 지역, 경제력, 이념에 따른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여성과 남성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비율도 61.2%, ‘종교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비율도 56.9%로 나타났다.

앞으로 사회 갈등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사회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67.1%로, 갈등이 ‘작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4.3%에 불과해 비관적인 시각이 다수로 나타났다.

사회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인들은 ‘자기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고 남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31.1%, ‘편을 가르기 문화’ 24.3%, ‘노동 가치 하락, 경기 불안 등에 따른 빈부 격차’ 17.3%, ‘기회의 불평등에서 오는 사회적 격차 발생’ 10.5%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 갈등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응답이 44.8%로 가장 높았다. ‘국회’가 28.6%, ‘언론’이 10.3%, ‘개인’ 7.5%로 조사됐다.

사회 갈등의 완화 또는 해결을 위해 가장 노력하고 있는 곳으로는 ‘종교단체’가 22.4%로 1순위로 꼽혔고, ‘시민단체’가 20.3%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종교단체’가 사회 갈등 완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은 가나안 성도보다 교회 출석자에서, 주일예배 참석 빈도와 직분이 높을수록, 신앙생활 연수와 신앙단계가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핵심 가치 중에 하나인 ‘용서’에 대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용서를 지양하며 ‘값싼 용서’를 경계했다. 신앙과 용서에 관련한 6가지 문장 중에서 동의율(대체로+매우 그렇다)이 높은 항목은 ‘개신교인이어도 상황에 따라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다’가 76.6%로 조사됐다. ‘타인과 갈등이 생겼을 때 기도를 하면 용서하는 마음이 생긴다’에 62.5%, ‘갈등과 용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58.9%, ‘용서는 용서받은 자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57.1%, ‘나의 신앙이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에 대해서는 56.8%가 동의했다.

이런 경향은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인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기독교인들은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5.18 광주민주화항쟁 △위안부 문제 △친일파 행적 등 모든 항목에서 10명 중 7명이 ‘사죄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친일파 행적’에 대한 사죄와 처벌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각각 85.5%와 84.1%로 가장 높았다. ‘5.18 광주민주화항쟁’ 75.9%, ‘세월호 참사’ 70.7%, ‘이태원 참사’ 68.3% 순으로 나타나 기독교인들의 다수는 피해자가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용서를 구하는 것과 사회적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김상덕 교수(한신대)는 “사회적 차원에서 용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의가 없는 ‘값싼 용서’를 남발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교회 다수는 정의와 용서를 모두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용서는 강요될 수 없는 요인이지만, 용서를 기독교 신앙의 핵심 가치로 믿고 실천하려고 하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용서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이자 실천으로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가 믿고 실천할 영역임을 보여준다. 그것이 한국교회에 주어진 ‘정의로운 화해자’로서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12월 20일부터 1월 4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무작위 추출을 전제로 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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