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TBC의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에서 기독교인이자 선교사의 자녀이기도 한 홍이삭 씨가 최종 1위를 차지했다. ‘싱어게인’은 무대가 간절한 가수들이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전문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공식 플랫폼 펀덱스가 발표한 차트에서 이번 시즌 동안에만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5번이나 기록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바로 그런 무대에서 기독교인이 우승을 거머쥔 것은 기독교계 전체 차원에서도 매우 고무적이고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홍이삭 씨가 단순히 명목상 기독교인일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해 다양한 채널과 무대에서 하나님을 찬양해 왔으며, 이번 싱어게인3에서도 선교사인 부모와 함께 출연하며 기독교적 정체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는 첫째로 기독교인들의 문화적 역량과 잠재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기독교인들은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엄청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 ‘싱어게인’에서만 해도 시즌1에서는 유명 목회자인 이재철 목사의 아들인 이승윤 씨가, 시즌2에서는 역시 크리스천으로서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왔던 김기태 씨가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 외에도 대중음악계에서 활약하는 기독교인들만 해도 일일이 거론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활약은 교회가 가진 문화적 역량과 잠재력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교회는 오래 전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그들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화수분 역할을 해 왔다. 유명 가수들 중에도 교회에서 성가대 혹은 찬양 인도를 하다가 자신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음을 깨닫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둘째로 엄청난 선교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최근 한국 기독교의 이미지는 비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좋지 않고, 기독교계가 많은 선행과 봉사를 하고 있음에도 미디어에서는 부정적 소식들만 부각되기 십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국민적인,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기독교인들이 대활약을 하고, 또한 그의 부모인 선교사들이 나와 소탈한 모습과 함께 자녀를 향한 진정한 사랑을 드러낸 것은,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전도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이는 또한 한국 기독교계에 심각한 고민과 숙제를 안겨 주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가 지닌 엄청난 영향력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대중문화 속 기독교계의 입지는 좋지 못하다. 이러한 대중문화 풍토를 반전시켜야 할 사명이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있다.

앞서 언급했듯 기독교계는 엄청난 문화적 역량과 잠재력을 지니고 문화 인재들의 화수분 역할을 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다. 때문에 최근에는 점점 뛰어난 인재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고 대중문화 쪽으로 향하며, 그러다 보니 기독교 문화 쪽에서는 고품격의 콘텐츠가 잘 나오지 않고, 당연히 소비자들은 흥미를 잃으며, 인재와 콘텐츠에 투자할 자본도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이제 어떻게 다시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을까. 지도자와 문화 생산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지도자가 먼저 이 시대 문화를 통찰하고 리드하는 안목을 갖추고, 그것을 바탕으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문화 사역자들이 역사의식을 가지고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번과 같이 인기 프로그램에서 분위기가 크게 환기된 상황은 이를 시작하기 위한 매우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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