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정(舊正)도 이중과세(二重過歲)도 아닌 ‘설날’이 다가온다. 육당 최남선은 설이란 말이 슬프다는 뜻의 서럽다, 섧다에서 비롯되어 서러운 날을 뜻한다고 하였다. 새로운 해의 첫날을 맞으며나이 한 살을 더하여 청춘이 지나가고 인생이 시들어 버린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서러울 수밖에 없다 하여 어원을 따졌으리라. 그래서 어떤 유명 가수는 “청춘을 돌려다오”라고 절규하며 노래하였을까.

▨… 전해순과 신용하는 설날의 말 밑을 달리 찾는다. 고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처음 시작을 가리켜 서다라고 하는데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춘첩자(春帖子)에서 보듯 설날(立日)은 시작하는 날, 서는 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시제로 섰던 날이라 하거나 현재형으로 선 날이라 하지 않고 미래형으로 ‘설날’이라 한 것은, 새해의 첫날에이제 시작하는 이 해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굳게 다짐하여 단단히 서는 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19세기 말, 개화의 바람이 크게일면서 삼국시대부터 써오던 세력(歲曆)을 양력으로 바꿔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기하여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정하고, 건양(建陽)이라는 연호를 채택하였다(을미개혁). 일제는 설날을 구정이란 이름으로 배척하고 양력을 따라 신정(新正)을 지내도록 강요하였다. 해방 후에도 이중과세의 폐단을 강조하면서 신정 사흘 연휴를 법제화하고(1949.6.4) 음력설을 공휴일에서 제외하였다.

▨… 그러나 설날이 3일 연휴로 다시자리 잡고(1989) 양력 1월 2일이 휴일에서 제외됨으로(1999) 구정이라는 서러움을 견디고 마침내 뜻을 세우고 삶의 목적, 가정과 사회, 지역 공동체를 굳게 세우는 미래 지향적인 ‘설날’로 다시 세워졌다. 지난해(2023.12.22) 열렸던 제78차 유엔 총회에서는 내년부터 음력설(LunarNew Year)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결의안을 투표 없이 채택하였다. 설날이 세계에서 우뚝 섰다(立)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 유대인들은 성경의 첫 문자 베드의 모양에 대하여 세 방향이 닫혀 있고 한쪽만 열려 있으니 위로는 하늘을 궁금해하지 말고, 아래의 지하 세계도, 지나간 날들도 돌아보지 말고 오직 열린 미래를 향해 나가라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가치 있는 고귀한 해, ‘값진 해’로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날을 맞는 성결 가족과 독자들을 축복한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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