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자’ ‘인정한 자’ ‘결함이 없는 자’ 대신

‘졸업하신 분’ ‘인정받은 분’ ‘결함이 없는 분’으로
표현하면 안될까

조선시대에 어느 백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양반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어이, 백정, 고기 한 근만 주소.” 먼저 온 양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번째 양반도 고기를 주문했습니다. “어이 박 서방, 고기 한 근만 주소.” 백정이 고기를 잘랐는데 첫 번째 양반이 보니 자기 것이 더 작았습니다. 불평이 쏟아집니다. “아니, 왜 저 사람 고기는 더 크고 내 고기는 작소?” 그때 백정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 고기는 백정이 잘랐고 이 고기는 박 서방이 잘랐습니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말이 있습니다. 말의 작은 토씨 하나로 웃을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 믿는 성도나 목회자나 교회는 말 하나, 문자 하나도 격(格)이 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올리는 글들이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한국성결신문에 실린 ‘OO교회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보았습니다. 저는 이제 담임으로 청빙될 나이를 넘었으니 굳이 볼 이유도 없지만 관심이 가는 교회여서 자세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웬지 점점 읽어 내려가면서 마음이 점점 씁쓸해지는겁니다. 맨 위 청빙 공고문부터, 그리고 아래 내용들도 자격 조건에서 학력, 경력, 기타, 제출서류도 많고 복잡합니다. 어림잡아 최종 합격(?)까지 준비하고 넘어야 할 고개가 열네 가지는 돼 보입니다. 교회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담임목사님을 잘 모셔야 성도들의 영혼을 살리고 교회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기에 더더욱 중요한 사안입니다. 공고문을 보면서 교회 입장에서는 얼마나 빈틈없는 심사숙고를 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고문을 읽어나가는 동안 제 마음에 조금 서글픈 생각까지 든 이유는 공고문을 보면 ‘…졸업자’, ‘인정한 자’, ‘결함이 없는 자’, ‘자(者)’라는 말의 사전적 뜻이 ‘놈, 사람, 것, 일을 가리켜 이른다. 물건을 가리켜 이른다’로 되어 있습니다. 높이는 경어(敬語)라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보통 명사 내지는 약간 내려 일컫는 의미까지 느껴집니다. 물론 모든 공고문의 객관적인 원칙이라고 하면 그렇겠다 싶지만, 그래도 우리는 회사에 사원을 채용하는 공고가 아니라 교회의 영적인 목자요 아버지를 모시는 공고문에 ‘자’라는 호칭보다는 조금은 공손한 표현을 쓰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분’으로 말입니다. ‘...졸업하신 분’, ‘인정받은 분’, ‘결함이 없는 분’. ‘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 ‘높이는 사람을 세는 단위’라고 되어 있습니다. ‘자’는 일본식 표기라는 말도 있는데 거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모두가 공감하는 높임말 ‘분’이 기본적으로 들어간 공고문을 읽는 후보 목사님들이 서류를 준비할 때, 같은 말이라도 ‘백정’이라는 말보다는 ‘박 서방’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듯, 약간은 더 기분이 공손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우리 교단 많은 교회의 담임목사 청빙 공고문이 대동소이합니다. 채용되는 목회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청빙되는 목회지가 되기 위해 공고문에서부터 ‘자’가 아닌 ‘분’으로 바꾸면 서로 간에 더 공손해지고 예의도 갖추는 목양지가 되지 않을까요?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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