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팍팍해도, 사는 재미 잃지는 말자

뿌연 안개 같은 인생일지라도
유머와 품격 유지하기를 당부

“ㅎㅎㅎ, ㅋㅋㅋ”

방금도 옆에서 들은 것 같은 웃음소리를 제목으로 달고 나온 재미있는 책 한 권.

호서대 총장 강일구 목사(신촌교회 협동)의 수필집 『ㅎㅎㅎㅋㅋㅋ』다. 평생 교육자답게 글에서 청년 세대에 대한 큰 관심이 묻어난다. 그는 “청년들에게 미래는 뿌연 안개처럼 흐릿하다. 길을 찾기가 어렵고, 잃기도 쉽다”라며 그래도 희망을 품고 방향을 잡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고 밝혔다.

책은 6부로 나뉜다. 특히 1부에 아름다운 마음을 담는 그만의 방식이 잘 드러나 있다. 불평불만보다 감사로,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넘어 진심을, 외면보다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고 얘기한다. 거의 30명 가까이 모여 성탄 예배를 드리는 가족의 모습을 묘사한 1부 첫 장이 백미다. 4대가 모인 자리, 박자도 음도 자유로운 불협화음 속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로 찬양하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이 책 전반에 흐르는 듯하다.

2, 3부에서는 하루를 살아도 주변을 살피며 좌절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길 바라며 그 방법을 다정하게 안내한다. 친구의 부고로 인생을 되돌아보는 경험, 나이 들면서 ‘그저 흘러가는 크로노스 시간’에 매이지 않고 ‘의미 있는 카이로스 시간’을 사는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가 겪은 고난의 시간도 엿본다. 심리적 공황 상태에 처한 경험, 추운 겨울 같은 시간에 따뜻한 봄을 기대하던 기록도 책에 실었다. 빨리 자라라고 새싹을 잡아당길 수 없다며 잘 자랄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천천히 성장하길 기다려야 하는 인생의 이치를 쉽게 가르친다. 저자의 글은 줄곧 부드러운 어투지만 4부에서는 ‘공직자여 들으시라’라며 공직자를 향해 곧은 말을 던진다. 조상들의 아량과 덕스러움에서 빌려온 ‘콩 세 알’ 비유,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민식이 법’으로 시작하는 과속방지턱 설치 요구,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이랬다저랬다 정책에 대한 일침, 웅장하게 지었지만 쓸모없는 건물을 바라보는 헛헛함….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구체적이고 진지하다. 특히 시대 흐름에 뒤처진 관료적 태도를 다루는 비판적 시선이 날카롭다.

5부 ‘교양을 교육으로 보다’에서는 명성과 명예의 차이를, 유머를, 품격을 배울 수 있다. 

여기서 이 책 제목을 『ㅎㅎㅎㅋㅋㅋ』라고 지은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유머를 구사할 여건도 여유도 넉넉치 않아 유머가 낯선, 오늘날 우리 사회를 풍자한 제목이었다.

유머의 맥락과 의미를 아는 사회, 정치적 공격을 유머로 멋있게 받아쳐 난처한 상황을 바꾸고 부드러운 관계가 이어지게 하는 사회, 우아한 유머가 넘쳐 정치발전, 사회 개선, 문화 창달로 이어지는 모습를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을 빌려, 유머를 구사하는 ‘격조 높은 사회’에 살고 싶다고 그는 외친다.

총장이나 교수, 목사로서가 아니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따뜻하고 진정 어린 말이다. 독자와 함께 생각하고, 어른으로서 걱정하는 마음을 나누는 대화와도 같은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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