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행복한교회 20대 사총사
“낡은예배당 건축비 마련 위해
 무모했지만 이젠 단골 많아요

지난 1월 11일 인천시 도화동 거리, 달콤한 붕어빵 냄새와 하얀 연기가 풍기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붕어빵을 사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이 오자 손님 한 명이 열 마리를 사기는 바람에 대기 줄이 생기기도 했다.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을 만들어 파는 이들은 인천 행복한교회(김경임 목사)에 다니는 청년 사총사, 김가은(29세) 김유선(27세) 김지현(29세) 노예진 씨(27세)다. 이들 모두 직장과 하는 일이 있지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퇴근 후에는 ‘붕어빵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교회 청년들이 추운 겨울 붕어빵을 파는 이유는 교회당 건축비를 보태기 위해서다. 올해 개척한 지 20주년을 맞은 행복한교회는 개척 때부터 예배드렸던 장소가 협소해 오래전부터 성전 건축을 준비했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12년에 걸쳐 성전 건축용지를 조금씩 매입했다. 이제 겨우 용지 매입을 완료하고, 건축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건축비가 부족했다. 코로나 이후 건축비가 올라서 건축비 마련이 더 막막해졌다. 김경임 목사는 하나님께 기도만 했다. 교인들도 십시일반 건축 헌금을 드리고 있지만, 최소한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건축비가 더필요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청년들은 성전 건축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자신들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겨울철 인기 간식 ‘붕어빵’을 떠올렸다. 가은 씨는 “교회당을 건축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 끝에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마침 붕어빵 기계가 있어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평소 붕어빵으로 주민들을 섬긴 덕분이다. 마음먹은 김에 청년들은 11월부터 새성전을 짓게 될 곳, 그 거리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지현 씨가 오후 1시에 문을 열면 나머지 청년들이 직장을 마치는 대로 합류해 매일 저녁 9시까지 교대로 붕어빵을 구웠다.

물론 처음에는 막막했다. 유튜브를 통해 붕어빵 만드는 법을 배워 무작정 시작하다 보니 초반엔 불 조절을 잘못해서 다 타버리거나 덜 익을 때가 많았다. 붕어빵 재료 판매업체 사장은 “이곳에서는 절대 안 된다. 돈과 시간만 버린다”며 청년들을 말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붕어빵을 굽고 또 구웠다. 교회 청년들이 파는데 맛없다고 할까 봐 재료도 아끼지 않고, 더욱 정성을 기울였다. 그랬더니 손님들도 외면하지 않았다. 지금은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러운 붕어빵을 척척 만들어 내는 전문가가 다 됐다. 주변에 입소문이 많이 나면서 구워지기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다. 두 달 넘게 한자리를 지키니 천막 안으로 들어와 안부를 묻는 할머니도 있고, 청년들이 대견해 격려하려 찾아오는 주변 상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여기 사장님 어디 가셨어요?”라고 묻는 단골손님까지 생겼다. 성도들도 이것저것 돕는 손길이 많아졌다. 하루에 많게는 600개 이상 팔릴 때도 있다. 

처음엔 100만원만 남기자고 생각했지만 이젠 목표액을 3000만원으로 올렸다. 최근에는 꼬치 어묵도 팔기 시작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와플 등 다른 업종으로 바꿔 목표를 채울 생각이다.

청년들의 수고에 감사하면서도, 미안함이 더 크다는 김경임 목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청년들을 하나님께서 더 축복해 주실 것”이라며 “이들의 수고에 보답하는 마음에서라도 더 좋은 예배당을 건축해 복음 사역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3월 건축을 시작하는 행복한교회는 청년들이 붕어빵을 굽는 뜨거운 마음으로 성전 건축에 모든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