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다문화센터 등 돌며
선물 안겨주는 성탄 새벽송
동네주민 위해 마을잔치도

지난 12월 24일 밤, 인천 주안동의 한 고시원 앞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울렸다.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촛불을 든 행복한교회(김경임 목사) 성도들이 ‘새벽송’으로 성탄 소식을 전했다. 매년 새벽송과 성탄선물을 전하는 행복한교회는 고시원 청년들의 어려움을 듣고 성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날 매서운 추위로 골목에는 오가는 인파가 거의 없었지만, 성탄송이 울리자 고시원생들이 새벽송 팀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성도들은 이들의 손을 잡고 성탄인사와 사랑의 선물을 전했다. 선물 상자에는 밑반찬이 담겨 있었다. 고시원생은 “추운 겨울,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외로움인데, 교회에서 찾아주고 선물까지 전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천 연수동의 다문화센터에도 성탄의 노래가 차가운 밤을 깨웠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등장한 성도들은 어려운 환경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불러주었다. 낯선 이들의 깜짝 방문에 얼굴을 펴지 못하던 아이들은 선물박스를 받아들고 그제서야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물 박스에는 예쁜 케익과 과자가 가득했다.  

행복한교회는 벌써 20년째 성탄절 전날 밤 소외계층 가정을 방문해 캐럴을 부르고 선물을 전달하는 새벽송 행사를 열고 있다. 선물은 라면, 쌀, 배추김치, 동치미, 롤케익 등 각 가정마다 다르다. 김경임 목사는 선물과 함께 축복 기도도 잊지 않는다. 교인들 역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새벽송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이웃에 전달했다. 행복한교회는 올해도 이렇게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60 가정에 성탄의 기쁨을 전했다.

교회는 새벽송을 부르러 가기 전에 마을 잔치도 열었다. 시골에서 잔칫날 돼지를 잡듯이 12월 23일 낮에 주민을 위한 따뜻한 밥상을 차렸다. 코로나로 3년 만에 다시 성탄절 동네 잔치를 연 것이다. 올해도 돼지고기 철판 구이와 뷔페 음식을 차렸다. 교회를 다니든지 안 다니든지 누구나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 공짜로 먹을 수 있다. 음식은 잡채 , 잔치국수, 복음밥, 샐러드 등 무려 27가지다. 모두 성도들이 정성껏 준비했다.  

골목길에서는 먹거리 장터처럼 붕어빵 팝콘 어묵, 철판 불고기, 호떡을 만들어 지나가는 이웃에게 건넸다. 올해 처음 등장한 호떡은 청년들이 직접 재료를 사고, 반죽과 굽는 것까지 책임을 졌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기 원하지 않는 주민들에게는 이렇게 밖에서 먹거나 포장을 해서 준다. 산타모자에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성도들은 “많은 분들이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따뜻한 밥상을 어려운 분들이 먹으니까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교회가 성탄절 새벽송과 따뜻한 밥상을 시작한 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교회에서만 축하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들과 함께 기뻐하며 성탄의 의미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김경임 목사는 “작지만 마음을 담아서 드리는 선물과 기도와 감동을 받으셔서 함께 울기도 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표현해주실 때가 가장 보람되다”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교회에서만 축하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기뻐하며 성탄의 의미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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