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언 ‘갈등사회 교회 역할’ 포럼
박노훈 목사 “투쟁 부추기지 말고
감싸고 치유하는 평화 매개자로”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팬덤 정치’의 등장으로 보수나 진보, 어느 한 편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균형은 무엇일까.

실제 통계에서도 국민 대다수는 한국사회가 극심한 갈등에 놓여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2013년 이후 발표하고 있는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 조사’에서 ‘집단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10년 동안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은 2020년 89.8%, 2021년 88.7%를 제외하고 매년 9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2022년 조사에선 응답자의 91.1%가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사장 지형은 목사)은 지난 12월 14일 연동교회 가나의집 4층 아가페홀에서 ‘갈등사회와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시대공감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변상욱 전 CBS 대기자의 사회로 박상훈 박사(국회미래연구원)와 박노훈 목사(신촌교회)가 발제자로 나서 극심한 갈등의 진원지인 정치 영역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결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과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살펴봤다.

흔히 ‘팬덤 정치’는 특정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정치 고관여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치 현상으로 정의되곤 한다. 이런 통념을 반박한 박상훈 박사는 ‘팬덤 정치’가 누군가를 특별히 좋아하는 ‘극렬 지지 현상’이기 이전에, 오히려 ‘자신과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과도하게 혐오하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행위의 동기가 선호와 지지가 아닌 ‘혐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박상훈 박사는 “팬덤 정치는 단순히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혐오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다른 사람도 혐오하게 만들고 싶어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가리키는 개념”이라며 “대중 민주주의의 단점이 극대화된 정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박노훈 목사는 한국교회가 갈등과 분쟁이 만연한 이 땅에 화평을 주시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전력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교회가 다시금 화평의 사도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대안적 가치를 제시하기는커녕 교회마저도 갈등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상황을 안타까워한 박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갈등과 투쟁을 심화하고 선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싸고 치유하는 사랑과 평화의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며 성탄절을 맞아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를 전하는 한편, 계층별, 성별, 세대간, 노사간, 종교와 지역 간 갈등 극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또 교회가 국민을 도구로 삼는 정쟁에 참여하지 않도록 결단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일상 속 평화 정착을 위한 실천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제가 속한 당은 ‘예배당’”이라고 강조한 박 목사는 교회가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박 목사는 “교회는 정치 강연과 집회의 장소가 될 수 없다”며 한 개인이 아닌 성도들이 공동체를 이룬 예수님의 몸인 교회가 견지해야 할 자세는 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박 목사는 “성탄절에 이 사회의 갈등과 또 여러 분쟁의 해결자로서 우리 성결교회가 가장 앞서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하나님의 거룩한 명령을 쫓아서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또 평화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갈등 해소 사례를 발굴해 그 공로를 격려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위한 ‘평화의 상’ 제정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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