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의 주제-목적-본문과 
절기나 교회 목회계획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고 
작성 얼마 뒤엔 적절한지 
반드시 평가해봐야 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늘 준비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달력이다. 한 해를 허비하지 않고 알차게 보내려고 달력을 준비하는 것이다. 목회자에게도 달력은 필수품이다. 목회자가 새해 달력을 준비하는 일은 신년 표어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새해에 교회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갈 지를 정해 교회 달력에 새겨 넣는 것이다. 그리고 새해에는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절기가 언제인지 확인하고 각종 목회적 행사들을 언제 실행할 지 목회계획서의 첫 부분에 들어갈 목회 달력에 꼼꼼하게 입력해 놓는다. 

자, 이제 새해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아직 아니다. 목사의 달력에는 교회 표어, 목회 계획과 함께 한 가지가 더 들어가야 한다. 바로 설교 계획이다. 매주 어떤 본문으로 어떤 주제로 설교할지 계획을 세우고 그러한 내용을 목회 계획과 함께 달력에 새겨 넣어야 한다. 그것을 설교 달력(Preaching Calendar)이라고 한다. 아직 설교 달력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설교 달력을 준비해야 한다. 


왜 설교 달력을 준비해야 하는가?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 계획해서 하는 것이 잘 맞지 않는다’는 분도 계실 것이고, 설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간 설교를 계획하며 설교 달력을 준비하는 것은 성향이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신실함의 문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신실한 종은 닥쳐서 일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신실한 설교자라면 하나님께서 맡기신 설교 사역을 아무런 계획 없이 닥치는 대로 혹은 닥쳐서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조금이라도 더 잘 감당하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것이다. 

설교를 통해 성령께서 역사하시고 큰 일을 이루길 원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사소한 일은 계획 없이 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일은 계획 없이 되는 경우가 없다.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국제 행사를 맡은 이가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행사일이 닥쳐서야 준비한다면 그 일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마찬가지로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서 위대한 일을 행하기를 기대한다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계획하고 준비하고 설교자로서 최선을 다한 후 성령께서 그 설교를 사용하시길, 은혜 베푸시길 간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교 달력을 준비할 것인가? 
설교 달력을 준비하는 첫 단계는 묵상이다. 성경과 시대를 묵상해야 한다. 설교는 텍스트와 컨텍스트 사이에 놓인 외줄과 같다. 설교라는 줄을 연결하는 한 쪽 끝에는 텍스트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컨텍스트가 있다. 

이 둘 중 어느 한 쪽만 단단히 연결하고 다른 쪽은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설교라는 외줄은 팽팽한 긴장을 잃어버릴 것이고 메시지는 이 줄을 타고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본문과 상황, 성경과 시대,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잘 연결해야 한다. 묵상은 설교라는 줄을 이 두 축에 꼼꼼하게 연결하기 위해 매듭을 짓는 작업이다. 줄이 잘 연결되려면 여러 번 꼼꼼하게 매듭을 지어야 하듯이 설교자는 설교 본문과 설교 상황을 읽고 또 읽고 꼼꼼하게 관찰하고 성찰해야 한다. 

다음으로 설교자는 설교가 무슨 일을 할 지 구체화해야 한다. 현대설교학자들은 설교가 단순히 어떤 종교적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언가 일을 한다(The sermon does something)고 말한다. 설교는 영감을 주고,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며, 교회를 변화시키고,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단순히 무슨 내용을 전할 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설교가 무슨 일을 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 즉, 설교의 목적이 있어야 설교의 주제를 정할 수 있다. 설교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설교의 메시지 혹은 설교의 빅 아이디어가 구체화될 수 있으며 설교를 위해 적절한 본문을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교자는 설교의 누적적 효과(cumulative effects)를 고려해야 한다. 설교자들은 한 편의 멋있는 설교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한 편의 설교가 한 영혼을 변화시키길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어쩌면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설교학자들은 설교 한 편을 통해 청중이 성장하고 변화된다기 보다는 수많은 설교를 들으며 성장하고 변화된다고 주장하며 그러한 현상을 설교의 누적적 효과라고 한다. 

설교의 계획을 세우고 설교 달력을 만드는 이유는 바로 이 설교의 누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1년 52주 주일 설교가 모두 연결성이 없이 제각각이라면 설교의 누적적 효과는 매우 떨어지게 된다. 새벽기도 설교도 마찬가지이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산발적으로 여러 주제를 가지고 여러 본문을 가지고 새벽기도회 설교를 할 수 있겠지만, 1년간 설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리큘럼을 가질 때에 누적적 효과를 통해 청중들 속에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1년간 설교를 들은 청중의 가치관과 세계관, 신앙이 어떻게 형성될지 고려하고 설교의 본문과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누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1년 설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설교 달력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나?
이러한 설교 달력을 위한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설교 달력에 무엇이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있다. 설교 달력에는 1년간의 날짜, 설교 주제(혹은 아이디어), 설교 목적, 본문, 절기나 목회계획 같은 교회의 특별한 고려 사항이 기본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단 설교 달력을 작성하고 나면 얼마 후에 적절하게 작성되었는지를 평가해보아야 한다. 각 설교 주제는 본문 및 상황과 어울리는지, 각 주간의 설교 주제가 이전과 이후의 설교의 흐름 속에서 적절한지 그리고 어떤 누적적 효과를 보이리라 생각되는지 등을 판단하며 필요하면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고쳐야 한다. 

이렇게 설교 달력이 준비되었다면 일단 출발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유동적이며 삶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실제 한 해를 보내다보면 원래 준비한 설교 계획이 현재 상황과 맞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 때에는 전체 설교 달력을 보며 큰 틀에서 원래 목표한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지를 판단하고 그렇지 않다면 일정부분 변화한 상황에 맞게 계획을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궤도 변경이 너무 빈번하면 혹은 너무 지나치면 자칫 길을 잃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그 누구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설레기도 하지만 불안할 수도 있다. 누가 살아보지 않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다. 준비해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설교자에게는 준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시간의 경계를 넘어 진리되신 하나님, 생명되신 하나님, 시간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말씀에 서 있다면 아직 살아보지 않은 새해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준비된 자들이 내일의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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