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섬’ 제주서 집안제사 없앤 종손
직장 예배서 하나님 영접하고
통근차서 석달만에 ‘성경 1독’
1년 18번 제사 대신 ‘추도예배’
신기하게 문중 반대 크지않아

“하나님께 기도할 때마다, 기막힌 방법으로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알죠. 기도의 응답이라는 것을요.” 

지금도 1만 8000 종류의 신이 있다는 제주. 그 곳에서도 무속신앙이 뿌리깊은 서귀포 최남단 바닷가 마을 출신 제주 원주민이 전도되어 교회 나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윤한송 집사(제주열방교회)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주목되는 것은 가족들까지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제주열방교회 담임 박재우 목사는 “제주의 원주민인데 예수님 믿고 집안 제사를 모두 예배로 바꾼 윤씨 가문 종손이다”라고 윤 집사를 소개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성경의 ‘욥’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윤한송 집사가 처음으로 예수를 영접한 것은 이전 직장인 서귀포 스프링데일 골프장에서 시무 예배를 드릴 때 일이다. 당시 박재우 목사가 이 예배를 주관했는데, 성실했던 그는 그저 열심히 설교하는 목사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딸의 대학 재수 비용이 어마어마해 전전긍긍하던 때였다. 딸이 원하는 대로 공부하려면 1년 내내 월급의 약 80%를 교육비로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마침 “하나님은 초신자의 기도를 잘 들어주신다”라는 박 목사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송 집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무 예배 때 배운 다섯 가지 기도 순서에 맞춰 난생처음 ‘기도’했다. 이게 되는건지 마는건지 몰라도 배운대로 열심히, 또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얼마 후 필요한 액수 딱 맞게 목돈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 평소 밭일하며 일당을 버는 어머니가 ‘필요한 데 쓰라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라며 생각지 못한 돈을 보낸 것이었다. 

이후 딸의 진로도 그가 기도한 대로 결정됐다. 합격이 확실했던 타지역의 다른 학교들 대신, 윤 집사가 소원하던 제주대 간호학과에 합격했고, 졸업 후 지금은 서울삼성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유일하게 이력서를 넣은, 가장 좋은 직장에 그의 기도대로 덜컥 합격한 것이다.

윤 집사는 “마음 깊이 원하던 기도가 자꾸 이루어지니, 하나님을 ‘연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기도하면 이뤄주시는 하나님이 궁금해진 윤 집사는 이때부터 출퇴근 셔틀버스 안에서 3개월 동안 성경을 일독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는 잘 안됐지만 말씀은 그의 안에 스며들었다. 부활절 때 “세례받을 사람 손 들어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렇게 2015년 54세에 그는 세례를 받고 주의 자녀가 됐다. 

이때부터 그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교회에 다니면서 집안의 제사를 모두 없앴다. 파평 윤씨 가문 종손인 그는 매년 17~18번의 제사를 드려왔지만 신앙인으로서 더 이상 제사를 드릴 수 없었다. “제사를 없애겠다”는 그의 의견에 집안 어른들 반발도 있었지만 종손인 윤 집사가 “앞으로 교회식으로 제사하겠다”라고 선언했고, 이후 집안 제사는 ‘추도예배’로 바뀌었다. 윤 집사는 “이제는 믿지 않는 동생들도 명절 때 가정예배를 드리면, 헌금을 내기도 한다”며 껄껄 웃었다. 용기를 내 ‘제사를 없애겠다’ 선언했지만 사실 전쟁같은 갈등을 예상했는데, 모든 일이 분란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윤 집사 자신이 가장 놀랐다고 한다.

“기적이었죠. 이때 기도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신다는 걸  확실히 알게됐어요.”

이후에도 기적같은 기도의 응답은 계속됐다. 4년 전, 딸의 암 판정 결과가 기도 후 정상으로 뒤바뀌는가 하면 작년에는 ‘보이스피싱’을 당해 좌절했다가 온 교회가 함께 기도한 후 정확히 피해액만큼의 국가 보상금을 받게 돼 놀라기도 했다. 잘 알지 못하던 친척이 제주 4.3사건의 희생자였음이 밝혀져 때마침보상금이 나온 것이다. 또 직장 업무 환경이 어려워져서 성경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기도했더니 현재 직장인 호텔난타로 스카우트 됐다. 이제는 성경 공부뿐 아니라 업무 관련 자격증까지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환경이되었다. 고난이 찾아올 때마다 욥을 떠올린다는 윤 집사는 이제 시련이 닥칠 때마다, ‘하나님이 또 나를 성장시키려 하시나보다’라고 생각한다.

전기기사, 소방설비, 냉동, 공조, 가스 열관리 등 시설관리 전 분야 자격증을 소지한 윤 집사는 “앞으로 제가 가진 달란트로 젊은 세대에 복음을 전하고, 섬 교회를 다니며 봉사로 섬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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